ASML 前 엔지니어 투입 EUV 시제품 시험 가동
단순 칩 설계·생산 넘어 최첨단 장비 개발까지
美·서방 통제속 ‘중국판 맨해튼 프로젝트’ 가속
“양산수준 아니지만 中, 다른 출발선상 섰다” 평가
단순 칩 설계·생산 넘어 최첨단 장비 개발까지
美·서방 통제속 ‘중국판 맨해튼 프로젝트’ 가속
“양산수준 아니지만 中, 다른 출발선상 섰다”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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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2월 17일 촬영된 이 일러스트 사진에서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Made in China’ 표기 옆에 중국 국기가 함께 표시돼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 장비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노광기 시제품을 개발하며 반도체 자립을 전방위로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이 수년간 차단해 온 기술 영역에서 중국이 자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중국 선전(深)의 고보안 연구시설에서 EUV 노광기 시제품이 올해 초 완성돼 현재 시험 가동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해당 장비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출신 엔지니어들이 중심이 돼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EUV 노광기는 머리카락보다 수천 배 얇은 회로를 웨이퍼에 새길 수 있는 장비로, AI 반도체와 스마트폰, 첨단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현재 이 장비를 상용화한 기업은 ASML이 유일하다. 미국은 2018년 이후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ASML의 EUV 장비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전면 차단해 왔다.
중국이 개발한 EUV 시제품은 공장 한 층을 채울 정도로 대형이며, 극자외선 광원 생성에는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실제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2028년을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지만, 프로젝트에 정통한 인사들은 2030년이 보다 현실적인 상용화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온 반도체 자립 전략의 핵심으로, 내부에서는 ‘중국판 맨해튼 프로젝트’로 불린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 세계 대전 미국이 주도한 핵무기 개발 계획을 말한다. 극비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이 세계 최초 원자폭탄 개발을 성공시킨 것처럼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다. 화웨이가 장비·소재·칩 설계 전반에서 조정 역할을 맡고 있으며, 전국의 국책 연구기관과 기업, 수천 명의 연구 인력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안도 극도로 강화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일부 전직 ASML 엔지니어들은 가명을 사용하고,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된 상태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9년 이후 해외 반도체 전문가들에게 거액의 계약금과 주택 보조금 등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서 왔다.
다만 기술적 장벽은 여전히 높다. 중국은 ASML의 핵심 협력사인 독일 자이스(Zeiss)가 공급하는 초정밀 광학 시스템을 확보하지 못해 성능과 안정성 면에서 한계를 겪고 있다. 대신 중국은 구형 ASML 장비를 중고 시장에서 확보하거나 일본 니콘·캐논 장비 부품을 활용해 기술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SML은 로이터에 “EUV 기술은 수십 년의 연구개발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단기간 내 추격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ASML은 2001년 첫 EUV 시제품을 만든 뒤 2019년에야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장비와 관련한 수출 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정부 역시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인력·정보 보안 관리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EUV 기술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구도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의 제프 코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며 “중국은 이미 상용 EUV가 존재하는 시대에 추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