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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기억과 향수…한권 한권 기록으로 새롭게 탄생

부산근현대역사관, 시민 기록 모아 간행물 3권 발행
구포국수, 한국전쟁 참전육필기록, 옛 부산 사진 등
부산의 역사와 시민의 삶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줘

부산근현대역사관이 발행하는 간행물 속 사진들. 왼쪽부터 1990년대 구포시장 내 잉어표 국수공장의 모습, 1955년 부산 거제리 육군병원에서 이원호 씨 모습, 다대포 음식점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헤럴드경제(부산)=이주현 기자] 부산시민들의 오랜 기억과 향수가 젖어 있는 구포국수, 한국전쟁, 40여년전 부산의 풍경 등을 담은 기록물들이 세 권의 책으로 엮여 선보인다. 특히 이번 간행물은 근현대 부산의 역사와 시민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줘 부산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18일 구포국수의 연구 자료,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육필 기록, 사진작가 이춘근의 1980~1990년대 부산 사진 자료를 각각 한 권씩 총 세 권의 간행물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간행물 발행은 일반 시민이 남긴 삶의 흔적을 공식 기록물로 남긴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첫 번째 간행물인 ‘구포와 밀의 만남, 구포국수’는 부산의 대표 향토음식인 구포국수를 통해 지역의 생활문화와 산업, 공동체의 기억을 조명한 학술연구총서다.

이 총서는 2024년 4월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주제와 기획 방향을 확정한 뒤 추진됐으며 이후 1년간 문헌·사진 자료 조사, 구포시장과 국수 생산지 현장 답사, 주민 구술 채록, 사진 촬영 등이 진행됐다.

연구총서는 구포의 지리·교통 환경과 시장 형성 과정을 분석해 구포국수가 자리 잡은 지역적 기반을 규명했다. 또한 문학과 신문에 나타난 국수의 이미지와 음식문화의 변화를 검토해 국수가 지역 정체성과 감수성을 반영하는 문화적 요소임을 밝혔다. 면발과 육수 조리법, 제조 기술의 변화, 국수 산업이 지역 경제에서 수행한 역할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국수 공장 운영자, 상인, 노동자, 토박이 등 9명의 구술 생애사를 수록해 구포국수가 지역 공동체의 삶 속에서 생산되고 소비된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 점이 특징이다.

두 번째 간행물 ‘한국전쟁 참전용사 이원호 일기’는 한국전쟁기 한 청년이 남긴 육필 기록을 바탕으로 전쟁 속 일상을 복원한 기록화 보고서이다. 2024년 손자인 이동혁 씨가 일기장 11권과 수양록, 제대 편지 모음, 군가집, 사진첩 등을 부산근현대역사관에 기증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일기의 주인공인 故 이원호(1928~2024) 선생은 북한의 징병을 피해 월남한 뒤 국군에 입대했으며 1952년부터 1956년까지의 군 복무 일상을 육필로 기록했다. 이 기록에는 전투 상황뿐 아니라 당시 청년들의 사고방식과 언어, 도시 풍경, 생활 습관까지 세밀하게 담겨 있다.

장기간에 걸쳐 연속적으로 기록된 군인의 일상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높아 전쟁기 사회문화사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1차 자료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원문 보존을 원칙으로 하되 연구 활용을 위해 해설을 덧붙였다.

세 번째 간행물 ‘이춘근 작가 아카이브 사진 자료집’은 1980~1990년대 부산의 일상과 도시 풍경을 기록한 사진들을 정리한 자료집이다. 교사이자 사진작가인 이춘근(1939~) 작가는 부산과 낙동강 일대를 꾸준히 기록해 온 현장형 사진가로 이번 자료집은 그가 수십 년간 촬영한 필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작가는 자신의 사진이 후대 연구자와 시민들에게 사라진 부산의 모습을 전하는 기록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며 필름을 부산근현대역사관에 기증했다. 특히 변모하거나 사라진 공간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낸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높다.

자료집은 2024년 역사관에 기증된 필름 1만2000여점을 정리·분석한 결과물로 이 가운데 부산의 생활문화와 도시 변화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진 246점을 엄선해 수록했다. 낙동강 하구의 자연환경과 그 속에서 이루어진 생업의 장면, 지금은 볼 수 없는 원도심의 옛 모습 등이 담겼다.

김기용 부산근현대역사관장은 “세 권의 간행물은 서로 다른 형식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 ‘부산 시민의 일상’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이어져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기록을 발굴하고 연구해 부산이 걸어온 시간과 시민의 기억을 더욱 풍부하게 축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