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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우려스러운 역대급 ‘빚투’


평소 운전을 즐겨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내를 벗어날 일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가끔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오랜만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문득 깜짝 놀라곤 한다.

같은 속도임에도 시내도로와 고속도로의 체감 차가 큰 탓이다. 시내에선 시속 60km도 만만치 않은 속도인데 고속도로에선 부아가 치밀 정도다. 왜 그럴까?

일종의 착시현상과 같다. 시내도로와 고속도로는 점선의 길이, 간격이 다르다. 시내도로에서 점선의 길이는 3m, 점선 간 간격은 5m다. 고속도로에선 이게 각각 8m, 12m로 길다.

운전자는, 적어도 필자는 점선의 빈도가 속도를 체감하는 주요 이유다. 눈앞을 스쳐 가는 점선의 길이도 간격도 다르니 속도감도 다르다. 시내도로에서 고속도로에 접어들면, 고속도로 점선에 적응한 눈과 뇌는 이내 가속을 종용한다. 시속 100km도 마뜩잖다. 과속은 한순간이다.

최근 한 증권사 임원을 만났던 자리다. 요즘 업계의 고민은 ‘고객 눈높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높아진 고객 눈높이다. “수익률 10% 정도로는 아예 관심도 없다”는 토로다. 워낙 최근 ‘대박 신화’가 쏟아지다 보니, 10%대 수익률은 명함도 못 내민다. 증권사로선 상품 설계부터 고심이 깊다.

운전으로 빗대보면, 이젠 모두가 고속도로 점선에 익숙해진 듯싶다. 충분한 속도도 속 터지게 느려 보이고, 달리다 보면 과속의 아슬아슬한 한계치가 목전이다.

이미 지표는 곳곳에 드러난다. 소위 ‘빚투(빚을 내 투자)’ 평가로 쓰이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대표적이다. 사상 최고치 경신은 뉴스도 되지 않는다. 매일 신기록이어서다. SK하이닉스는 심지어 부동의 ‘빚투 1위’ 삼성전자마저 뛰어넘었다.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전체 시장의 신용 잔고 규모는 27조원을 돌파했다. 이젠 그냥 숫자놀음 같다. 체화하기 힘든 규모다.

코스닥까지 난리다. 코스닥 빚투도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했다. 해외투자도 마찬가지. 국내 투자자 보관 금액만 295억달러(15일 기준) 수준에 이르는, 압도적 1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종목, 테슬라만 봐도 무섭다.

주목되는 건 테슬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티에스엘엘(TSLL)’이다. 주가를 두 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이 글로벌 ETF 전체 규모 중 40%가 국내 투자자 보유 몫이다. 국가별 비율을 정확히 알 방도는 없지만, 40%라면 전 세계에서 한국인이 가장 보유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냥 많이 산 게 아니라, 레버리지 상품까지 대거 투자했다. 과감하거나 용감하거나 혹은 둔감하거나.

고속도로만 계속 달리면 문제 될 게 없다. 시내도로로 접어들면, 점선도 줄어들고 간격도 줄어든다. 멀쩡했던 속도가 과속이 되고, 눈과 뇌가 다시 충격받을 차례다. 역대급 빚투, 레버리지 상품 과열 등을 접할 때마다, 쫄보 운전자는 두렵기만 하다. 모든 운전의 운명은 똑같다. 결국 고속도로는 끝이 난다.

김상수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