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
금융회사 외화보유 의무 한시 완화
외화대출 더 풀고 외국인 투자 넓혀
전문가 “고환율 흐름 돌리는 데는 한계”
‘해외주식 투자 큰손’ 국민연금 역할 주목
금융회사 외화보유 의무 한시 완화
외화대출 더 풀고 외국인 투자 넓혀
전문가 “고환율 흐름 돌리는 데는 한계”
‘해외주식 투자 큰손’ 국민연금 역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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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윤철(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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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외환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도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의 감독상 조치 부담을 줄여주고 선물환포지션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허용를 확대하고, 외국인 주식 통합계좌도 활성화한다. 그만큼 최근 높은 원/달러 환율의 원인이 수급 불균형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최근 고환율을 한미 간 경제성장률·금리 격차 등 외부적 요인보다는 국민연금과 개인들의 해외 투자 확대, 기업의 달러 축적 등 수급 불균형에 있다고 보고 있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달러를 많이 사들이고, 외국에서 원화를 많이 팔면서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고환율에서 수급이 차지하는 비중을 70%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민연금 운용 자산 1361조2000억원 중 해외주식과 해외채권의 비중은 44.4%에 달했다. 10월 내국인의 해외 투자는 172억7000만 달러(약25조4000억원)로 경상수지(68억1000만 달러)보다도 2.5배 가량 많았다. 비록 12월 들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가 크게 줄었지만 환율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다. 최근 감소세의 원인이 투자 심리 약화보다는 계절적 요인에 있기 때문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첫 2주(12월 1일~12월 12일) 국내 투자자(개인·일부 기관)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마지막 2주(11월 17일~11월 28일)보다 46.3%가량 줄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감소폭은 46.1%였다. 현행 제도상 해외주식을 팔아서 벌어들인 이익 중 연간 250만원까지는 해외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공제해주기 때문에 연말이면 250만원 이익 초과분을 매도하는 투자자가 많아진다.
설상가상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면서 원화의 가치는 더 떨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17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등을 모두 합친 국내 시장(상장지수펀드·ETF 등 제외)에서 누적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9조4470억원에 달했다. 코스피에서 7조7280억원이, 코스닥 전체 시장에서 1조6680억원이 순매도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2025년 하반기 물가설명회’에서 “환율이 절하된 데는 한미 경제성장률이나 금리 격차, 코리아디스카운트 등 장기적 요인이 당연히 작동한다”면서도 “그걸 고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책 담당자로서 단기적으로 수급요인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단편적인 정책으로는 환율을 끌어내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고민을 해서 내놓은 정책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긍정적 영향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심리 자체가 워낙 약세기 때문에 한순간에 (흐름을)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대책을 내놓는 동시에 달러나 엔화 흐름, ‘AI(인공지능) 버블’ 등 대외 환경이 진정이 돼서 달러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다는 심리가 형성이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고도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의 감독상 조치 부담을 한시적으로 경감해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는 외화유동성을 시장에 풀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외화유출입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선물환포지션 제도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외국환은행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도 국내 운전자금 목적까지 추가로 허용해주고, 외국인 통합계좌도 활성화한다. 마지막으로 외국기업의 외환거래 불편을 해소하고 국내 자본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해외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전문투자자로 인정된다는 점도 명확히 안내한다.
시장에서는 해외주식 투자의 ‘큰 손’이 된 국민연금이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2년 해외투자를 처음 시작한 뒤 규모를 계속 늘려왔다. 올해 9월 말 기준 해외투자 규모는 508조2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기금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7.3%였다.
이 총재도 국민연금의 역할론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17일 ‘물가설명회’에서도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등과 추진중인 ‘뉴 프레임워크’에 대해 이 총재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때 거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서 자산 운용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국민연금이 환헤지 개시 및 중단 시점을 덜 투명하게 해야 한다. 패를 다 까놓고 게임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국민연금 수익률은 원화로 평가되는데 나중에 국내로 자금을 들여오게 되면 원화가 절상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며 “어떤 수익률로 보상할지 서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큰 손이 됐다”며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10년 전과 다른 만큼 국내 시장에 투자할 돈은 어떻게 할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벼리·홍태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