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저전력 D램 모듈 공급
양산성 검증 단계 가장 먼저 진입
양산성 검증 단계 가장 먼저 진입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이어 엔비디아 납품 경쟁의 새로운 축으로 등장한 ‘소캠(SOCAMM) 2세대’ 레이스에서 선두로 나섰다.
HBM에서 실기했던 삼성전자가 최근 D램 기술력 회복으로 반등의 신호탄을 쏜 가운데 소캠2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서면서 내년 실적 눈높이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8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현재 소캠2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한 공급사는 엔비디아를 가리킨다.
HBM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제품이라면 소캠은 여러 개의 저전력 D램(LPDDR)을 묶은 모듈 제품이다. HBM은 엔비디아의 GPU 옆에 붙어 빠른 연산을 돕고, 소캠은 CPU와 결합해 소비전력 절감에 기여한다.
디온 해리스 엔비디아 HPC 및 AI 인프라 설루션 총괄은 이날 “삼성전자와의 지속적인 기술 협력을 통해 소캠2 같은 차세대 메모리의 응답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적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혀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공식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소캠2는 현재 ‘커스터머 샘플(CS)’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메모리 개발은 엔지니어링 샘플(ES)→CS→대량양산(MP)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CS는 대량 양산을 앞두고 실제 엔비디아 시스템에 적용해 안정성·호환성·양산성을 검증하는 최종 관문이다.
삼성전자는 소캠2 개발 초기부터 엔비디아와 긴밀히 협력한 결과 메모리 3사 중 CS 단계에 가장 앞서 도달했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전력·대역폭·안정성·열관리 기준을 가장 먼저 충족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자사 소캠2가 기존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모듈인 RDIMM보다 대역폭은 2배 이상 넓고 전력 소비는 55% 줄여준다고 강조했다.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지만 소캠은 이제 막 태동해 메모리 3사의 새로운 격전지로 꼽힌다. 초기에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한 업체가 장기적으로 공급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6월 공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저전력 D램(LPDDR) 기반 서버용 모듈인 소캠2를 개발 중이다”고 밝히며 시장 선점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루빈(Rubin)’을 두고 메모리 3사의 HBM4 공급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소캠2는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인 ‘베라(Vera)’를 겨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내년에 선보일 ‘베라’ 옆에 소캠2를 붙일 계획이다.
내년 2분기 이후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출하가 본격화되는 만큼 삼성전자의 소캠2는 상반기 대량공급이 예상된다.
당초 엔비디아는 마이크론으로부터 1세대 소캠을 사실상 독점 공급 받았으나 기술적 문제로 탑재를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이 소캠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는 듯 했으나 엔비디아가 2세대 소캠 탑재로 계획을 변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물량을 배정했다. 국내 메모리 업체들로선 HBM에 이어 엔비디아 공급망을 재차 선점할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최신 CPU인 ‘그레이스(Grace)’에는 16개의 LPDDR D램이 장착된 반면, 베라 CPU는 4개의 LPDDR5X로 구성된 소캠 모듈 4개가 탑재된다. 이전보다 차지하는 면적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탈부착도 가능해 메모리 교체가 용이한 점이 특징이다. 소캠은 갈수록 저전력, 소형화 요구가 커지는 AI 시대에 HBM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력 효율화에 관심이 높은 만큼 저전력에 특화된 LPDDR 기반의 소캠은 최적의 제품으로 꼽힌다.
초기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삼성전자는 주요 파트너사와 소캠2 표준화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며 글로벌 표준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됐다.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품귀 현상을 빚는 가운데 주로 스마트폰, PC에 들어갔던 LPDDR이 엔비디아 서버용으로 수요처가 확대되면서 범용 D램 시장 전반의 수급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