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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 경찰청장 조지호를 파면한다” 헌재 전원일치 파면 [세상&]

“계엄 위헌성 알면서도 경찰 시민과 대치하게 했다”
“경찰 조직 전체, 국민 불신 상황 초래”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 엄중”

“피청구인 경찰청장 조지호를 파면한다.”
조지호 경찰청장 [뉴시스]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만장일치로 조지호 경찰청장의 파면을 결정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계엄의 위헌성을 알면서도 경찰들을 시민들과 대치하게 했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희생하고 있는 경찰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선 엄정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18일 오후 조 청장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판단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해 재판관 9인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12·3 비상계엄에 관여해 탄핵 소추된 지 371일 만이다.

헌재는 “경찰청장은 단순히 대통령 지시를 집행하는 지위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경찰의 직무수행이 헌법에 따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게 해야 한다”며 “피청구인은 이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며 국회의 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자 국회에 경찰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며 “이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며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도 엄중하다”고 밝혔다.

조 청장 측은 비상계엄 당일 국회 등에 경찰 병력을 배치한 것은 다수 인원이 밀집하는 것에 따른 우발적 상황에 대비한 최소한의 치안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군이 국회에 진입하도록 도운 행위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하는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은 차단하면서도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선 막으라는 등의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조 청장 측은 “당시 계엄이 위헌·위법하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부족했으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조 청장이 30년 이상 경찰에서 근무하며 주요 보직을 역임한 경찰청장으로서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고 봤다.

이어 “각급 경찰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할 책무를 부담하는 피청구인이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경찰청장으로서 책무를 방기했음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헌재는 파면의 필요성에 대해 “피청구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적 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실행한 계엄의 위헌 위법성을 인식하고도 경찰들을 동원했다”며 “경찰 조직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을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조 청장은 헌재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경찰과 공직사회 모두 저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헌재 파면 결정에 따라 조 청장은 자연인이 됐다. 현재 그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는 중이다. 혈액암을 앓는 그는 지난 1월 보석 허가로 구속에서 풀려났다.

조 청장의 이번 파면 결정으로 이재명 정부는 조만간 후임 경찰청장 인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이 소추된 공직자는 의원면직(사직)을 할 수 없어 그간 청장 인사가 불가능해 현재 유재성 경찰청 차장이 청장 직무를 1년 이상 대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