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시리즈 세 번째 ‘아바타: 불과 재’
상실의 아픔·위기 겪으며 결속 단단해진 가족
재의 부족 망콴족의 등장…군사 조직 RDA 연합
상실의 아픔·위기 겪으며 결속 단단해진 가족
재의 부족 망콴족의 등장…군사 조직 RDA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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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형언할 수 없이 깊은 상실의 고통이 가족을 덮친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는 전편 ‘아바타: 물의 길’(2022)에서 첫째 아들 네테이얌을 잃고, 마음의 시련과 상처를 애써 감추며 살아가는 설리 가족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깊은 슬픔에 감정을 빼앗긴 엄마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 가족을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 또 다른 전투에 대비하는 아빠 ‘제이크’(샘 워싱턴 분), 그리고 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힘겨워하는 둘째 ‘로아크’(브리튼 달튼 분), 여기에 ‘키리’(시고니 위버 분)와 막내 ‘투크티리’(트리니티 블리스 분), 그리고 인간 소년 ‘스파이더’(잭 챔피언 분)까지. 판도라 행성을 향한 인간의 일방적이고 무자비한 제국주의적 침략은 “설리는 하나다”란 구호, 그리고 ‘가족’이란 이름 아래 함께였던 이들을 뒤흔든다.
인간 군사 조직 RDA는 판도라 행성의 자원을 빼앗으려는 만행을 멈추지 않는다. 나비족을 향한 RDA 무자비한 공세에 새로운 적이 합류한다. ‘바랑’(우나 채플린 분)이 이끄는 재의 부족 ‘망콴족’이다. 시리즈 내내 악역으로 등장해 판도라 행성을 위협했던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 분)은 제이크를 잡기 위해 바랑과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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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은 전쟁을 준비한다. 부족의 존폐가 달린 위협 앞에서, 설리 가족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하지만 망콴족까지 합세한 RDA의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 공격에 결국 수세에 몰리는 나비족. 거대한 전쟁에서 이들은 인간과 망콴족 연합을 무찌르고 다시 한번 판도라를 지킬 수 있을까. 거듭된 위기와 시련 속에서 설리 가족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바타: 불과 재’는 역대 전 세계 흥행 수익 1위이자 국내에서 1362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바타’(2009)의 세 번째 이야기이다. 13년 만의 속편인 ‘아바타: 물의 길’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역시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개봉 하루 전 40만장이 넘는 사전 예매량을 기록, 올해의 대미를 장식할 최고 흥행작이란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영화는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자연에 영혼이 있다고 믿으며 이들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나비족이, 판도라의 자원을 이용하고 약탈하려는 사악한 인간에 맞서 전쟁을 벌인다는 전편의 서사를 반복한다. 서사와 영화의 새로움을 더하는 것은 재의 부족의 등장이다.
재의 부족은 잔인하고 야만적이다. 이기기 위해 부족원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고통마저 즐긴다. 지도자를 향한 부족의 맹목적 복종은 재의 부족의 섬뜩한 느낌을 더한다. 화산 폭발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고, 자신들을 등진 ‘에이와’에 대한 강한 증오는 뜨거운 재가 돼 나비족에게 향한다. 이들은 가공할 만한 전투력으로 전세를 쥐락펴락하며 나비족의 숨통을 조인다. 기괴하면서도 관능적으로 그려지는 바랑(우나 채플린 분)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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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식을 잃은 슬픔과 분노 앞에서 설리 가족이 택한 길은 재의 부족이 택한 ‘불의 길’과 극명히 대조된다. 자신을 버린 나약한 ‘어머니’와 그들의 나약한 ‘자식’들에게 고통을 되돌려주겠다 결심한 재의 부족과 달리,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슬픔을 딛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최전선에 선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는 이러한 설리 가족의 선택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그것이 가진 강력한 힘을 깊게 들여다본다. 아바타와 나비족, 아바타와 나비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그리고 출생의 비밀을 가진 ‘티리’와 인간 소년. 전통적인 가족의 정의를 벗어나 ‘설리’란 이름에 뿌리내린 이들은 믿음과 사랑으로 슬픔을 헤쳐 나가는 진정한 가족의 힘을 보여준다. 상처는 아물어 설리 가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언제나 울타리가 돼 주는 가족, 나아가 위기 앞에서 하나가 되는 나비족의 모습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번 영화는 설리 가족이 어떻게 충격을 헤쳐 나가는지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외부의 적과 물리적으로 싸우며 동시에 내면에서도 갈등이 일어난다”며 “가족이라는 주제는 전 세계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성장한다. 이들은 아마 3편의 8년 후 이야기가 될 다음 속편에 이어, 최종편인 다섯번째 이야기에서 서사를 이끌어갈 테다. 로아크와 티리, 스파이더는 그들을 사로잡고 있던 죄책감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딛고, 스스로의 힘으로 가족과 부족의 일원으로 일어선다. “설리 가족은 절대 포기 안 해”를 외치는 패기있는 투크티리의 성장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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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극장은 유독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천만 영화도 없었다. 이러한 영화산업의 침체는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은 아니다. 그래서 ‘아바타: 불과 재’의 어깨는 특히나 무겁다.
극장의 존폐라는 갈림길에서, ‘아바타: 불과 재’는 시리즈의 정체성이기도 한 웅장하고 압도적인 ‘시네마틱 경험’으로 극장의 존재 이유를 발산한다. 상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스크린과 그것을 뚫고 나온 광활하고 눈부신 자연의 소리와 넓고 깊은 하늘과 땅, 물의 끝없는 공간감, 물과 바람이 뒤섞인 자연의 감각들이 영화관을 가득 채운다. 특히 3편에서 처음 소개되는 바람 상인의 등장은 ‘환상’ 그 자체다. 큰 스크린으로 관람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3000여명의 제작진이 4년에 걸쳐 모든 시퀀스를 만들었다. 인공지능(AI)은 조금도 사용되지 않았다.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신들은 제작진의 집념과 그사이 더욱 발전한 시각효과 기술에 대한 또 다른 경이로움을 안긴다. ‘아바타: 불과 재’는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이자 가장 잘하는 것을 더 잘 해냈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새 부족의 등장과 거듭되는 추격과 전투에 집중한 나머지, 거대한 생명의 네트워크이자, 판도라의 자연이 가진 영원성과 순환성이란 아바타 세계관의 본질과 철학은 다소 가려졌다. 초 중반부에 비슷한 구도로 반복되는 추격전도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의 상영시간은 197분이다. 195분의 러닝타임으로 관객들을 긴장하게 했던 전편보다도 2분이 길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걱정할 만큼은 아니다. 벌써부터 천만 관객을 예상하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이 작품은 개봉 첫날에만 26만5000여 명을 불러 모으며 흥행의 기대감을 더했다.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