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추가 제재 벼르는 러 ‘그림자 선박’
원유 암거래 하며 러 스파이 활동 지원
유럽 곳곳서 출몰하는 의문의 드론, 그림자 선박과 동선 일치
원유 암거래 하며 러 스파이 활동 지원
유럽 곳곳서 출몰하는 의문의 드론, 그림자 선박과 동선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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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에서 원유를 실어나르는 유조선들. 전문가들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그림자 선박’이라 불리는 유조선들을 통해 원유 암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AFP]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서방 국가들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원유를 실어나르는 ‘그림자 선박’이 암거래에 그치지 않고, 스파이 활동을 지원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 방송 CNN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의 정보 라인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의 그림자 선박이 유럽 해역에서 스파이 활동과 파괴 공작에 가담했다고 보도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제재로 인해 서방 국가들과의 원유 거래가 중단되다시피 했다. 올해 미국은 강도를 더 높여 루코일 등 러시아의 석유 기업 2곳을 추가 제재 대상에 올렸고, 러시아 원유는 갈수록 설 곳을 잃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발트해와 흑해 항구에서 석유를 실어나르는 수백척의 유조선으로 거래를 지속해왔다. 이들은 어둠에서 활동한다는 뜻에서 ‘그림자 선박(Shadow Fleet)’ 내지는 ‘그림자 함대’라 불린다. 제재를 피해 암거래를 한다는 뜻도 담겨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이 그림자 선박 중 일부가 출항 직전 러시아 보안 요원들을 승무원 명단에 추가, 이들을 유럽으로 실어나르며 첩보 활동을 지원한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러시아 보안업체인 ‘모란 시큐리티 그룹(Moran Security Group)’ 소속이다. CNN은 바그너 그룹(Wagner Group) 등 용병 기업을 세웠던 주축들이 모란 시큐리티 그룹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미 러시아 국영 기업에 무장 보안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모란 시큐리티 그룹을 제재한 바 있다.
우크라 정보당국에 따르면 모란 시큐리티 그룹 소속 요원들은 그림자 함대에서 유럽의 군사 시설을 촬영하거나, 러시아인이 아닌 선장들을 감시하며 사실상 선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직 덴마크 정보 관리 야코브 카르스보는 CNN에 “그림자 함대 내 무장 단체의 존재는 러시아 국가의 명령을 받으면서도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부인방지(Plausible Deniability)’ 전술”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가 소속이 아닌 민간 소속이어서, 추후 스파이 활동으로 인한 책임을 추궁당해도 러시아가 관련성을 부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자 선박을 통한 스파이 활동은 최근 유럽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의문의 드론 출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 22일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 상공에 정체불명의 드론 2~3대가 진입하면서 공항이 약 4시간 가량 폐쇄되고 주변 항공편이 대거 회항·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를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규정했고, 그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추적 결과 제재 대상인 유조선 보라카이호의 이동 경로와 해당 드론의 항로가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프랑스 해군이 브르타뉴 해안에서 보라카이호를 수색했고, 승무원 명단에 없었던 러시아인 2명이 타고 있던 것을 발견해 수사를 진행중이다. 이들은 승선 명단에 기술자로 등록됐지만, 군 출신이며 바그너 그룹에도 몸담았던 이들로 밝혀졌다. 프랑스 당국은 선적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보라카이호의 중국인 선장을 기소하고 그 배경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개월째 정체 불명의 드론 출현으로 고심해온 유럽은 러시아가 그림자 함대를 통한 스파이 활동으로 유럽 내 혼란을 야기하려는 것이라 보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전통적인 군사 작전과 사이버공격, 심리전, 가짜뉴스 유포 등 비(非)전통적인 공격을 합친 것이라는 의미에서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이라 부른다.
스웨덴 해군 사령관 에바 스쿠그 하슬룸은 CNN에 “발트해의 러시아 연계 유조선들에서는 상선(商船)에 어울리지 않는 안테나와 마스트가 발견되고 있다”며 스파이 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종전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림자 선박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검토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러시아의 그림자 선박과 이들의 거래를 중개하는 무역업자까지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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