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누적 일반보증 대위변제율 3.8%
1년 새 0.2%P↑…9년만 최고치 경신
고환율 원인 지목…수입 중기 어려워져
당국 연이은 대책…국민연금 역할 주목
1년 새 0.2%P↑…9년만 최고치 경신
고환율 원인 지목…수입 중기 어려워져
당국 연이은 대책…국민연금 역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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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고공행진하는 환율에 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신용보증기금의 ‘일반보증 대위변제율’이 지난 2016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기업들이 밀집한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올해 고공행진하는 환율에 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신용보증기금이 중소기업 대신 대출을 갚아준 비율이 지난 2016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기업들은 내년 경영환경에서도 고환율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현재 고환율의 핵심 원인을 수급 문제로 보고 관련 대책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22일 헤럴드경제가 신용보증기금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신보의 일반보증 대위변제율은 3.8%였다. 작년(3.6%)보다 0.2%포인트, 지난 2023년(2.8%)보다는 1%포인트 올랐다. 특히, 올해 대위변제율은 지난 2016년(4.1%)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일반보증이란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사업자의 신용을 보증해 원활한 대출을 도와주는 상품이다. 신보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일반적으로 일반보증으로 많이 나간다”며 “일반보증은 대체로 중소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대위변제율은 채무자가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총 대출 실행 금액 대비 신보 등 보증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이다.
신보 일반보증의 대위변제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대출 상환을 하지 못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영세 사업자가 많아진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보증 대위변제율이 높았던 지난 2016년은 한진해운 파산과 STX조선해양 법정관리 등 조선·해운업계 대기업들이 휘청인 해였다. 연쇄적으로 중소 협력업체까지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채무 상환을 못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중소기업의 대위변제율이 다시 높아진 주요 원인으로 높은 원/달러 환율을 꼽는다.
환율이 높아지면 일반적으로 수출업체에는 긍정적이지만, 수입업체에는 부정적이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두 배로 높아질 경우 수출업체가 해외에서 똑같은 상품을 팔면 원화 환산 수익도 두 배로 늘어난다. 반대로 물건을 들여오는 수입업체는 지출이 두 배 많아진다.
특히, 고환율의 피해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 보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2025년 하반기 물가설명회’에서 “환율이 오르면 내부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극명하게 나뉜다”며 “반도체나 조선 등 수출이 잘 돼서 경제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에 수입업체들은 굉장히 어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진행한 최근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내년 경영 환경에서 가장 우려되는 애로사항으로 ‘고환율 등 원자재·물류비 부담’(50.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1400원 중반에서 등락하다가 지난 4월 9일 1487.6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차츰 떨어지다 6월 30일 1347.1원으로 저점을 찍었다. 이후 계속 오르다가 최근에는 다시 1470~1480원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연평균 환율이 지난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환율에 수입물가도 급등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원화 기준)는 전월 대비 2.6% 상승했다. 지난 2024년 4월(3.8%)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2% 올랐다. 이에 대해 한은은 “국제유가가 하락했지만 원/달러 환율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국제 유가가 급락이라는 유리한 상황에서도 이를 고환율이 고스란히 상쇄하는 모양새다.(본지 12월 13일자 “저유가 지우는 고환율” 유가 대비 환율 5년 만에 ‘최대’ 기사 참고)
문제는 정부의 연이은 환율 안정 조치에도 환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외환당국은‘외환 규제’ 완화 방안을 깜짝 발표했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소폭 떨어졌지만 재차 오르며 전날보다 소폭 떨어지는 데 그쳤다. 연이어 19일 외환당국은 ‘한시적 외화지준 부리’와 ‘한시적 외환건전성부담금 면제’ 조치 등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20일 야간거래는 전날 주간거래 종가보다 1.7원 오른 1478원에 마감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6.6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외환당국은 단기적으로 환율의 고공행진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수급 불균형 해소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민연금 운용 자산 1361조2000억원 중 해외주식과 해외채권의 비중은 44.4%에 달했다. 10월 내국인의 해외 투자는 172억7000만 달러(약25조4000억원)로 경상수지(68억1000만 달러)보다도 2.5배 가량 많았다. 동시에 외국인들은 지난 11월부터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해외 투자 ‘큰 손’이 된 국민연금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2년 해외투자를 처음 시작한 뒤 규모를 계속 늘려왔다. 올해 9월 말 기준 해외투자 규모는 508조2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기금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7.3%였다.
이창용 총재도 국민연금의 역할론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는 17일 ‘물가설명회’에서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등과 추진 중인 ‘뉴 프레임워크’에 대해 이 총재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때 거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서 자산 운용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국민연금이 환 헤지 개시 및 중단 시점을 덜 투명하게 해야 한다. 패를 다 까놓고 게임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환율이 특정 범위에 갇히는 것은 시장 투기 세력이 국민연금의 환 헤지 전략을 예상할 수 있어서인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환 헤지 전략을 모호하게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