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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MDL 새지침 전방부대 전파…DMZ 내 北 영역 넓혀주나

합참 “MDL 표지판 미식별 구역 군사지도·유엔사 참조선 판단 조치 중”
北 올해 16차례 MDL 월선 등 도발…北 유리한 방향 MDL 해석 지적도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9월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 판단 기준을 바꿔 전방 부대에 전파한 것으로 22일 드러났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9월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 판단 기준을 바꿔 전방 부대에 전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은 MDL을 판단할 때 ‘한국 군 군사 지도와 유엔군사령부 참조선(線)이 다를 경우 둘 중 남쪽에 있는 것을 기준으로 하라’고 지침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9월 전방 부대에 전파됐으며 10월 공문 등을 통해 재차 전달됐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22일 “우리 군은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행위 발생시 현장부대의 단호한 대응과 남북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지난해부터 현장의 ‘식별된 MDL 표지판’을 최우선 적용하되, MDL 표지판이 식별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군사지도상 MDL과 유엔사 MDL 표지판 좌표의 연결선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MDL은 1953년 정전으로 설정된 휴전선으로, 당시 이곳을 표시하기 위해 500m 이내 간격으로 표지판 1200여개가 설치됐다. 1973년 유엔사 측의 표지판 보수 작업 중 북한군이 총격을 가하는 일이 발생해 이후로는 보수 작업이 중단됐다. 이후 1000여개의 표지판이 유실돼 한국과 북한, 유엔군사령부의 기준선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었다.

유엔사 참조선은 정전 당시 이곳을 표시했던 1200여개의 표지판을 지도 위에서 연결한 선이다. 한국군 군사 지도는 2015년 표지판 실측 결과와 지형 변화 등을 감안해 새로 작성한 것이다.

북한이 올해 16차례 MDL을 월선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데, 군이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MDL을 해석해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군은 MDL 일대에 전술도로와 철책선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원들이 넘어와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그간 한국군 군사 지도를 기준으로 북한군의 월선에 대응하면서 작전수행절차에 따라 경고방송, 경고사격을 통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퇴거토록 조치해왔다.

다만 이런 조치가 우리 군이 북한군의 MDL 일대 활동을 묵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일각에선 합참의 MDL 기준 조정이 현 정부의 남북 대화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줄이고, 북한과의 군사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17일 북한에 DMZ 내 MDL 기준선에 대해 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은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이후 남측과의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경선 차단 강화’를 구실로 MDL 일대에서 활동을 확대하면서 MDL 월선 횟수는 더 증가하는 추세다. 북한군은 올 1~9월까지는 3회 MDL을 침범했는데, 지난 9월 우리 군 MDL 지침 변경 이후인 10월에는 3회, 11월에는 10회 MDL을 넘었다.

군은 정전협정 당시 나온 유엔사 참조선을 기준으로 추가한 것에 대해, MDL 경계를 명확히 하고 전방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란 입장이다. 합참은 이 같은 지침 변경 과정에서 유엔사와 별도 협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