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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오전 9시 3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69.15포인트(1.72%) 오른 4,089.70에 거래되고 있다. <연합뉴스> |
중기·소상공인, 내수 부진 또 덮친다
수출 중기는 환율 덕 기대감도 ‘솔솔’
중기 인력난은 내년에도 ‘진행형’
수출 중기는 환율 덕 기대감도 ‘솔솔’
중기 인력난은 내년에도 ‘진행형’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 수도권 소재 기계부품 제조업체 대표 A씨는 “국내 내수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거래처들이 설비 투자나 발주를 계속 미루는 분위기다. 납품 기업들이 내년 매출 목표를 공격적으로 잡기보다는 현 수준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와 원가 부담은 여전한데 납품 가격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아 경영 압박은 더 커질 것”이라 했다.
#2. 서울 종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B씨는 “손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1인당 객단가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추가 주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던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다들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B씨는 “내년 8월에는 20년 동안 운영하던 가게도 닫을 예정이다. 주식 가격만 올라가면 뭐하나. 내수가 다 죽을 판이다. 버티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내수는 위축… 중기 ‘고질’ 인력난은 진행형
메인비즈협회는 22일 협회 소속 35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경영성과 및 2026년 경기 전망 실태조사’ 결과에서 응답 기업(복수 응답)의 71.8%가 내수 부진을 기업 경영 애로의 주요 원인이라고 응답했다. 응답 기업의 61.5%는 비용 상승이 경영 애로의 원인이라고 했다. 메인비즈협회측은 “이번 조사 결과는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이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비용·기술·인력 구조 전환이 동시에 요구되는 구조적·복합적 압력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들은 내년 경영 환경을 전반적으로 ‘버티기’ 국면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앞선 A씨의 사례처럼 내수 경기 침체가 고착화되고, 내년 한국 경기의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부터 닫고 보는 경기 상황이 내년에도 반복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2025년 전국민 ‘소비쿠폰’이 발급되면서 반짝 효과가 시장에 일기도 했지만,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것은 유사 정책의 반복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다만 고환율 덕을 보는 중기들 역시 적지 않다.
내수 대상 중소기업과 수출 중소기업들 사이의 경기 체감 온도 차의 원인은 환율과 글로벌 수요 환경 탓이 크다.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일정 부분 개선됐고, 일부 업종에서는 해외 수요 회복 기대도 겹쳤다. 반면 내수 시장에서는 소비 심리 위축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며,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인력난은 내수·수출을 가리지 않고 중소기업 경영 전반을 압박하는 구조적 변수로 꼽힌다.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미충원인원은 10만8000명, 미충원율은 7.7%로 집계됐다. 미충원 사유로는 ‘사업체가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 부족(25.6%)’, ‘임금 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 기대와 불일치(20.6%)’가 상위에 올랐다. 중기 중앙회사 12월 초에 발표한 중소기업 인식조사에서도 2026년 가장 우려하는 경영 애로로 ‘인력난 확대’(30.4%)가 꼽다.
인력난은 수출 경쟁력에도 직격탄이다. 해외 바이어 대응, 인증·규제 서류 처리, 품질관리(QC)와 생산기술, 영업·마케팅까지 ‘다기능 인력’을 요구하는 업무가 늘지만, 중소기업은 전문 인력을 별도로 뽑기 어렵고 기존 인력이 겸직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연말·연시 정부가 각종 중기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대응 인력이 부족해 체감이 어렵다는 설명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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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2026년 수출 전망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 기업의 68.6%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중기중앙회] |
▶수출 증가 전망 68%… 환율 덕 반영
그나마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육박하고 있는 것은 수출 기업들에겐 내년을 다소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1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중소기업 수출 전망 조사’에 따르면, 2026년 수출이 2025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68.6%로, ‘감소’를 전망한 기업(31.4%)의 두 배를 넘었다. 화장품과 의료·바이오 업종에서는 수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 응답이 86%를 웃돌았다.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로는 ‘신제품 출시 및 품질 개선 등 제품 경쟁력 제고’가 가장 많이 꼽혔고, 수출시장 다변화와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개선이 뒤를 이었다. 다만 수출 감소를 예상한 기업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저가 공세 심화, 환율 변동성 확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미국·유럽연합(EU)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이 주요 애로 요인으로 지목됐다.
증권가에선 내년 환율 변동폭을 상단을 1500원, 하단을 1400원대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 2026년 원·달러 환율 연평균 전망치를 기존 1390원에서 30원 올린 1420원으로 제시했다. 적정 범위는 1350~1500원이다. BNK투자증권은 내년 평균 환율을 1400원, 변동 범위는 1350~1500원으로 제시했고, KB국민은행은 평균 1330원~1450원을 제시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025년이 고환율·고관세·내수 침체 속에서 고군분투한 해였다면, 2026년은 대내외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자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중소기업인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과 함께 인력·원가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계는 내년 경영 환경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자강불식(自强不息)’을 꼽았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미다. 올해 경영 환경을 ‘고군분투(孤軍奮鬪)’로 진단한 응답이 다수였던 것과 비교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