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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줄었는데 적자?”…‘악화일로’ 車보험 손해율

손익가늠합산비율 100% 상회
4개사, 연손실 5000억원 전망
내년 보험료 인상 논의 불가피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이 적자 위기에 직면했다. 상생금융 압박 속에 지난 4년간 보험료 인하 효과가 누적된 데다, 기술 발달로 인한 수리비 급등이 맞물린 탓이다. 이로인해 내년도 보험료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주요 손해보험사는 내년도 자동차 보험료 조정을 위한 요율 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동차보험은 약 2500만명의 운전자가 가입한 ‘국민 보험’으로, 연간 수입보험료만 20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그간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으나, 최근 시장 기류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실제로 올해 손보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보험연구원 분석 결과, 올해 3분기 누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8%로 전년 동기 대비 4.1%포인트나 뛰었다. 손해율은 2022년 상반기(77.1%) 이후 지속해서 악화하는 추세다. 특히 손해율에 사업비율을 더해 보험사의 실제 손익을 가늠하는 ‘합산비율’은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102.2% 수준으로 추산돼, 받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적자 구간에 진입했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 사고 건수가 장기적으로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보험금 지급 기준 사고 발생률은 2022년 이후 꾸준히 1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손해율이 치솟는 이유는 사고 한 번에 나가는 비용인 ‘사고 심도(사고 한 건당 지급되는 보험금)’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치료비 등 사람의 피해를 보상하는 ‘인적 담보’보다 수리비 등 차량 파손을 보상하는 ‘물적 담보’가 전체 손해율 상승을 주도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물적 담보에 따른 손해율 상승효과는 약 2.2%포인트로 인적 담보(0.4%포인트)를 5배 이상 웃돌았다. 아울러 인적 담보 사고당 보험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줄었으나, 물적 담보(수리비 등)는 2.5%나 증가했다.

차량 고급화도 보험 재정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은 올해 9월 기준 12.4%로 지난해보다 2.7%포인트 확대됐으며, 수입차 비중 역시 13.7%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 차량은 부품비가 비싸고 수리 공정이 까다로워 사고 한 번에 거액의 수리비가 발생한다.

여기에 지난 4년 동안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따라 매년 단행된 보험료 인하 효과가 누적되면서, 보험사가 실제로 벌어들인 수익인 경과보험료가 줄어든 영향도 컸다. 경과보험료란 보험 계약 기간 중 해당 기간에 실제로 발생한 보험료 수입을 말한다. 실제 매출인 경과보험료의 하락은 전체 손해율을 2.6%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이미 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 3분기 실적은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시장 점유율 85%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주요 손보 4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 자동차보험 누적 손익은 95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000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손보업계에서는 국내 주요 4개사의 연간 자동차보험 손실 규모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다면 이는 2020년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예년 같으면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에 보험료 인하를 검토했겠으나,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보험료 인하 효과의 누적과 수리비 폭등, 여기에 기상 악재까지 겹치면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화재는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보험료 인상 검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