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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1년, “단 한명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한겨울 거리에 나온 유족들 [세상&]

12·29 무안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유가족 등 300여명 참석…전국 곳곳 추모주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전새날 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유가족들은 스스로에게 끝없이 물었습니다. 1년이 지났는데 무엇이 달라졌는가. 답은 참담합니다. 현재까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9일 앞둔 지난 20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 유가족협의회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열었다.

비가 내려 쌀쌀하고 궂은 날씨에도 유족 40여명을 포함한 300여명이 추모식에 참석했다. 파란 조끼 위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파란 리본을 매단 이들은 ‘진실을 밝혀라!’, ‘책임을 규명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유가족에게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외쳤다.

한 유가족이 ‘진실을 밝혀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전새날 기자

이날 행사는 희생자 179명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참사로 부모님과 남동생을 잃은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가는 아직 단 한명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고, 유가족들에게는 단 한장의 핵심 자료도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라며 “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1년간 자가 조사·밀실 조사로 일관했다. 유가족이 질문하면 침묵했고 자료를 요구하면 국제 규정이라며 뒤에 숨어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슬픔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결코 아물 수 없다”라며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일에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달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강희업 국토부 차관은 추도사를 읽었다. 그는 “사조위를 국무조정실로 이관하는 법률이 지난 12월에 통과된 만큼 국토부 차원에서도 신속하게 이관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라며 “유가족 여러분의 일상 회복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과제로, 정부가 더 촘촘히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가족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위해 국토교통부 소속 사조위가 독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항공 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현재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전새날 기자

이날 현장에는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와 산업재해 등 사회적 재난을 겪었던 유가족도 참석했다. 김종기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대표는 “참사의 책임이 있는 국토부 산하의 사조위가 공정한 조사를 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느냐”라며 “조사의 공정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피해자의 참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고, 조사 상황과 결과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해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부와 국회는 법과 제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책임자를 명확히 밝혀내고 처벌함으로써 재발 방지 대책을 확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안공항 참사로 아내와 두 아들을 잏은 유가족 김영헌 씨가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전새날 기자

무안공항 참사로 아내와 두 아들을 잃은 김영헌 씨가 추모 편지를 읽자,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너무 보고 싶다”라는 외침과 울음소리가 들렸다. 김씨는 “무안공항에 도착해 신원 확인이 안 된 너희들을 찾기 위해 DNA를 채취하며 끝없이 빌었다”라며 “단지 너희를 덮고 있는 천 위로 머리, 얼굴, 발, 다리를 끝없이 쓰다듬으며 너희들을 확인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알고 있는 아빠의 모습으로 너희들이 억울함을 밝히고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며 “최근 아무도 꿈속에 나오지 않아 많이 피곤하다. 누구든 꿈속에 나와 응원을 좀 해줘라”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유가족은 곳곳에 남아있는 빈자리를 돌아보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참사로 남동생 부부를 잃은 정진경(59) 씨는 “유가족들은 (현재 상황이) 답답해 알아달라고 자꾸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추모식에 사람들이 예상보다 적게 온 것 같고, 참석하지 못한 유가족도 많았다”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유족들은 지난 19일부터 ‘진실과 연대의 버스’를 타고 전국 참사 현장을 돌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2일부터 일주일간 무안국제공항과 전국에 분향소가 마련되고 재난 참사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한 원탁회의 형식의 토론회가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다.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는 무안공항 내 ‘공항 순례길’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공항 곳곳에 참사 당시를 기록한 사진도 전시된다.

27일에는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전남 시민추모대회가 열리고, 28일에는 무안국제공항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종교행사가 각각 개최된다. 1주기 당일엔 무안공항에서 공식 추모식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