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전문가 초청해 의견청취 심포지엄
노동계, 교섭창구 단일화 놓고 날선 비판
경영계는 산업현장 혼란 우려…“사용자성 구체화해야”
김영훈 장관 “역지사지의 자세로 실질적 구현 방안 모색”
노동계, 교섭창구 단일화 놓고 날선 비판
경영계는 산업현장 혼란 우려…“사용자성 구체화해야”
김영훈 장관 “역지사지의 자세로 실질적 구현 방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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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유최안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오른쪽)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의 시행(내년 3월 10일)을 3개월여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깜깜이 법안’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시행령 입법예고가 나왔지만 여전히 주요 쟁점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법안 시행 초기부터 산업 현장의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이학영·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고용노동부와 함께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후속조치 입법예고안 의견청취 전문가 심포지엄’을 열고 시행령 입법예고 이후 노란봉투법의 후속 쟁점들을 점검했다.
정치권과 경제계에 따르면 노동부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통합 결정 기준을 확대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내년 1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정부는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유지하되, 하나의 교섭대표 노조를 정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안을 제시했다. 분리 필요성은 노사 신청을 받아 노동위원회가 판단을 하게 된다. 노동부가 제시한 방식은 개별 하청별 분리, 직무 등 유사 하청별 분리, 전체 하청노조로 분리 등이다.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는 하나의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있을 경우 교섭대표 노조 하나를 정해 교섭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입법예고 내용대로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하다고 해도 노동위원회 결정이 이뤄지는 동안 교섭이 지연되는 등 소수 노조의 참여가 배제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사용자성에서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개정법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그 범위에 있어서’ 사용자로 보고 있다”며 “하청노조가 요구하는 교섭의제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하청노조의 교섭요구시 교섭의제는 반드시 기재하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구조와 사용자성 판단 기준 등의 내용을 둘러싸고 학계와 노동계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사용자 개념의 확대는 노동조합법 규정들과의 정합성 문제를 야기하며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있다”며 “법원의 판례 형성과 함께 노동조합법 시행령 및 관련 규정의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하나의 사업 내에 존재하는 복수노조 상황에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라며 “도입 당시 예정하지 않았던 원하청 교섭에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노란봉투법 개정) 이전보다 오히려 복잡해진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하청 노조 입장에서는 법 개정 이전에 비해 교섭권이 더 위축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정은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체적인 교섭 방식·순서·의제 조정은 노사 합의를 우선시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노동위가 교섭요구 거부나 차별적 배제에 대해 구제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한정해야 한다”며 “갈등과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노사 스스로 교섭구조를 설계하고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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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7월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중지 촉구 업종별 단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사용자성 판단 기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노동위는 해당 판단 기간을 기존 10일에서 필요시 20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동근 부회장은 “교섭요구사실 공고 등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기간에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것 도 문제지만 기존에 노동위에서 수개월씩 결렸던 사용자성 판단 기간을 20일로 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노동조합법 개정의 후속조치로 마련되고 있는 정부의 지침과 매뉴 얼에는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 등을 최대한 구체화하여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경영계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사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총이 회원사 15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기업 72.9%가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보다 불안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83.6%가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갈등 및 노동계 투쟁 증가’를 꼽았다.
이에 정부도 적극적인 보완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위는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원·하청 교섭 및 조정 사건 관련 노동위원회 매뉴얼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기준을 구체화하고 원청과 하청노조 간 조정 및 교섭 사건 관련 노동위원회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노동계와 경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노·사 모두 역지사지의 자세로 노조법 개정의 근본 취지 및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다양한 의견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노·사가 자치와 신뢰에 기반한 교섭을 함으로써 개정 노조법의 근본적인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시행령이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사용자 정의 확대가 시행령에 의해 축소되는 것은 아닌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 차분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