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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력 110만명 시대…숙련 인력은 여전히 공백

외국인근로자 단기순환 고용 구조 한계
숙련기능인력(E-7-4) 전환 확대, ‘충원’에서 ‘활용’으로 전환

단체버스 타는 외국인 근로자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외국인근로자가 110만명에 육박했지만 산업 현장에서 체감되는 숙련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력 규모는 빠르게 늘었지만, 단기 체류를 전제로 한 고용 구조가 반복되면서 숙련 인력이 산업에 축적되기보다는 단절되는 흐름이 고착화되면서다. 인력난 완화에 초점을 맞춰 온 외국인 고용정책이 이제는 산업 경쟁력과 노동시장 안정이라는 과제를 함께 안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3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근로자는 약 110만명 수준으로 확대됐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고용허가제(E-9)는 체류기간이 제한된 단기순환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숙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즈음 출국이 불가피해지면서 제조업과 뿌리산업 현장에서는 숙련 공백이 반복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내국인 노동 공급이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외국인근로자는 제조업과 뿌리산업, 농축산업 등 내국인 기피 업종에서 이미 핵심 노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현장에 적응하고 숙련을 쌓을수록 제도에 따라 다시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기업과 산업 전반에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일정 기간 근무 후 출국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외국인근로자는 입국 초기에는 생산성이 낮지만 시간이 지나며 현장에 적응하고 숙련을 쌓는다. 그러나 숙련이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시점에 체류기간이 종료되면서 다시 신규 인력을 채용·교육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재교육 비용 증가는 기업 부담을 넘어 산업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단기순환 고용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숙련기능인력(E-7-4) 제도가 거론된다. 일정 기간 국내에서 근무하며 숙련도와 소득 수준, 한국어 능력 등을 충족한 외국인근로자에게 보다 안정적인 체류와 장기 근로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단기 인력 충원에서 벗어나 숙련을 산업 현장에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실제 숙련기능인력 전환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숙련기능인력(E-7-4) 전환 인원은 2022년 5000명에 그쳤지만 2024년에는 3만명에 육박했고, 올해는 4만명 안팎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력 정책의 무게중심이 단기 충원에서 숙련 활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전환 확대가 곧바로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업종이나 지역으로 인력이 쏠릴 경우 내국인 일자리와의 경쟁이나 노동시장 왜곡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력 정책을 단기 인력난 대응 수단이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중장기 노동정책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력 정책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구조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얼마나 많은 외국인근로자를 들여오느냐보다, 그들이 쌓은 숙련을 어떻게 산업 현장에 남길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권다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외국인력 정책의 초점을 단기적인 인력 충원에서 벗어나 숙련 형성과 장기 활용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산업 현장의 인력난과 경쟁력 저하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전날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내년 E-9 외국인력 쿼터를 8만명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13만명보다 5만명(38%) 줄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