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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해수부 ‘부산시대’

중앙부처 30년만에 단독 이전
북극항로 시대 전략거점 구축
특별법에 ‘부산 해양수도’ 명시
2030년 본청사 완공 뒤 이전

해양수산부 임시청사 개청식을 하루 앞둔 22일 부산 동구 해수부 본관 건물 외벽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해양수산부가 23일 부산 동구 임시청사(IM빌딩·협성빌딩)에서 개청식을 열고 ‘해수부 부산시대’의 공식 개막을 선언했다.

이번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조기 대선 과정에서 ‘북극항로 개척’을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하며 해수부 부산 이전 구상을 밝힌 지 약 반년 만에 현실화됐다. 1996년 출범 이후 약 30년 만에 중앙 부처가 단독으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중앙 행정이 산업 현장으로 이동하는 상징적 전환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새 정부 123대 국정과제 중 56번째인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을 실행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해양 정책 총괄 부처가 국내 최대 해양산업 집적지에 직접 자리 잡으면서 정책 설계와 집행, 산업 현장이 분리돼 있던 기존 행정 구조를 현장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제도적 기반도 갖춰졌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는 ‘부산은 해양수도’라는 문구가 처음으로 명시됐다. 2000년 해양수도를 선포한 이후 수차례 법제화가 무산됐던 부산으로서는 25년 만에 국가 차원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 법은 이전 기관과 기업에 대한 비용 지원과 융자, 이주 직원 주거 지원까지 포괄하며 해양 행정·산업 집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물리적 이전은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해수부는 지난 8일부터 12일간 5톤 트럭 249대 분량의 집기와 서류를 부산으로 옮겼고, 직원 850명 가운데 휴직·파견 인원을 제외한 약 690명이 부산에서 본격 업무에 돌입했다. 임시청사 인근 상권에서도 유동 인구 증가와 발주 확대 등 ‘해수부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수부는 부산 이전의 출발점이 된 북극항로 개척에 한층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재 부산~유럽 항로는 약 2만㎞, 30일이 소요되지만 북극해 북동항로를 활용하면 약 1만3000㎞, 20일 안팎으로 단축될 수 있다. 운항 비용 역시 1회당 380만달러에서 300만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북극항로가 실험적 항로를 넘어 상용화 단계로 진입할 경우 아시아발 유럽행 해상 물동량의 흐름 자체가 부산항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파급효과는 물류비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극지 항해 선박 수요 증가는 내빙·친환경 선박 기술을 중심으로 국내 조선업의 고도화를 촉진할 수 있고, 선박금융 확대와 북극권 자원개발 참여는 중동에 편중된 에너지 수입 구조를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 역시 국가 차원의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범정부 지원체계인 ‘북극항로추진본부’ 출범을 예고한 상태다.

해수부는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비해 부산을 중심으로 행정·산업·사법·금융 기능을 집적한 해양수도권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국가 성장축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해사법원 설치와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해양수산 공공기관 및 HMM 이전이 동시에 추진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민간기업인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이 본사 부산 이전을 결정하면서 해수부를 축으로 한 해운기업 집적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두 선사는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이전 등기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는 임시청사 체제를 거쳐 2030년께 본청사 완공과 함께 이전을 마무리하고, 해양수도권에 안착한다는 방침이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