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철강 수출 5년 새 122% 급증…저가 철강 밀어내기
한국, 중국 철강 수출 물량의 7.1% 수입
내수 가격 질서 붕괴 우려
업계 “불공정 수입 차단·산업 고도화 병행해야 생존”
한국, 중국 철강 수출 물량의 7.1% 수입
내수 가격 질서 붕괴 우려
업계 “불공정 수입 차단·산업 고도화 병행해야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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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 당진공장 직원들이 1고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중국발 저가 철강의 밀어내기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불공정 수입 차단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내수 침체로 갈 곳을 잃은 철강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데다 해외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는 등 철강 시장의 구조적 공급과잉 속에 국내 철강업계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불공정 수입제품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통한 산업구조 전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4일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약 10억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감산 정책과 환경 규제 영향으로 생산량이 인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문제는 수요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제조업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내 철강 수요가 빠르게 위축됐고,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수출로 밀려 나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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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철강 생산 대비 수출 비중 변화 [자료=미 상무부] |
실제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2020년 5160만톤에서 2024년 1억1480만톤으로 급증했다. 불과 5년 만에 122.5% 늘어난 것이다. 올해 역시 1~11월 누적 기준으로 이미 1억톤을 넘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철강의 생산 대비 수출 비중도 2020년 4.9%에서 2024년 11.5%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저가 철강 유입 압력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한국 시장을 주요 수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철강 수출에서 베트남이 약 1270만톤(11.1%)으로 최대 수입국이었고, 한국은 820만톤(7.1%)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중국 철강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이 상위 10개국에 집중된 가운데, 한국이 핵심 흡수 시장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공급 과잉의 결과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국 내수 침체 → 철강 공급 과잉 → 수출 확대 → 한국 등 아시아 시장 압박’이라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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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중국 철강 수출 상위 5개국 현황 [자료=미 상무부] |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시장 가격 하향 평준화로 이어진 다는 점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중국산 저가 철강이 유입될수록 국내 유통 가격은 중국 가격을 기준으로 형성되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이는 곧 국내 철강업체의 마진 붕괴로 이어지고, 감산과 투자 위축을 불러 산업 기반 전반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일본·동남아산 철강재까지 겹치면서 경쟁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수입재 확산과 내수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고’ 속에서 불공정 저가 수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올해부터 중국산 철강재를 포함한 각종 철강제품에 대해 30%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반덤핑 관세 부과와 같은 국내 통상 조치가 강화될수록, 시장에서는 회피성 우회 수입이 늘고 있다. 품목 분류를 바꾸거나, 경미한 가공을 통해 외형상 품목을 달리 보이게 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통관·모니터링·보세구역 관리를 축으로 한 대응 강화에 나서고 있다. 또 내년부터 품질검사증명서(MTC) 제출을 의무화해 수입 단계에서 제품의 출처와 규격, 품질을 체계적으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철강업계는 불공정 수입 차단과 함께 산업 구조 전환이 병행돼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감산이나 가격 경쟁과 같은 근시안적 처방에서 벗어나 저탄소·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바꾸고, 기술과 품질로 승부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내년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에는 향후 5년 간 814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특수탄소강 등 고부가 제품 지원과 철강 특화 인공지능(AI) 모델 개발도 병행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과잉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가격 경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불공정 수입품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기술과 품질로 경쟁하는 고부가·저탄소 제품 중심으로 산업을 재설계해야만 국내 시장 방어와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