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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석청문회 앞둔 쿠팡, 대관라인 축소설까지…“김범석 나와야”

김범석·로저스 등 증인 채택에도 잠잠
국민적 공분 확산 고려한 ‘로우키’ 해석

전방위 압박에 대대적 개편 가능성 거론
“김범석 지키기 위해 회사 전체가 희생”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쿠팡에서 핵심 전력인 대관 조직의 가동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 중인 경찰과 특별검사팀 수사,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어 여당이 주도하는 국회 연석 청문회를 앞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쿠팡이 대관 인력을 대거 감축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 대관 조직은 이달 중순부터 국회 등을 상대로 한 공식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오는 30~31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정무위·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기획재정위·국토교통위·외교통일위 등 6개 상임위의 연석 청문회 개최를 앞뒀지만, 눈에 띄는 활동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과방위는 전날 미국 본사인 쿠팡 아이엔씨(Inc.)의 김범석 의장과 한국 법인의 해롤드 로저스 대표, 브랫 매티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민병기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 조용우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박대준·강한승 전 대표 등 14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설립자인 김 의장과 전현직 임원에 대한 국회 청문회 출석 요구에도 대관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 건 이례적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식사 논란, 지난 17일 과방위 차원의 청문회를 계기로 커진 국민적 공분을 고려한 ‘로우키(low-key·절제된 방식)’ 대응이란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쿠팡의 대대적인 국내외 조직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쿠팡은 앞서 본사 임원 출신인 로저스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쿠팡이 집중했던 대만 사업을 총괄한 샌딥 카르와 대표는 최근 돌연 사임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 이상섭 기자

특히 한국 쿠팡이 준법 경영 전문가인 로저스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을 놓고 업계에선 대관 조직 ‘물갈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관 조직 중심 경영을 ‘전략적 실패’라고 판단해 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대관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가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던 것처럼 쿠팡 대관라인의 축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쿠팡이 국회 출신 인력을 더 이상 채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쿠팡은 2020년 이후 물류센터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및 화재, 택배노동자 과로사 등 논란이 생길 때마다 ‘대관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관 조직이 비대하게 몸집을 키운 건 박대준 전 대표 체제 때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대형 이커머스 기업 6곳에 재취업한 정부기관 퇴직 인력 107명 중 62명이 쿠팡을 택했다. 현재 쿠팡의 대관 조직 규모는 업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1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계 유통사라는 점과 상대적으로 짧은 업력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라고 말했다.

하지만 쿠팡이 조직 개편을 단행하더라도 사태를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국세청은 쿠팡 한국 본사뿐만 아니라 ‘로켓 배송’의 핵심축 중 한 곳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까지 겨냥했다. 공정거래위는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쿠팡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사업이 타격을 입을 경우 미국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김범석 의장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관과 법률주의를 중심에 둔 쿠팡 운영의 문제점이 수년간 누적돼 대관만으로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김 의장이) 청문회에 출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사태 초기에는 쿠팡의 대체제가 없다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사측의 안일한 대응이 ‘불편해도 다른 곳을 쓰자’는 소비자 행동을 유도하고 있다”며 “김범석 의장을 지키기 위해 회사 전체가 희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부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