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수월관음보살도’·‘구례 화엄사 동종’도 보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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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중엄경수도첩’. [국가유산청]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국가유산청은 24일 ‘신중엄경수도첩’과 ‘영산회상도’, ‘묘법연화경 권3’, ‘구례 화엄사 동종’, ‘고려 수월관음보살도’, ‘‘영축사’명 영산회상도’ 등 6건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했다.
고령신씨영성군파 문중에 전해 오는 ‘신중엄경수도첩’은 현재 전하는 경수연도(장수 축하·기원 잔치인 경수연을 그린 그림) 중 유일한 원본이다. 1601년 80세를 맞은 신중엄의 아들 신식과 신설이 아버지의 장수를 축하하며 개최한 경수연을 기념해 제작한 서화첩이다.
맨 앞에 허목의 전서체 글씨 ‘경수미정’, ‘경수도첩’이 쓰여 있으며, 화공에게 부탁해 그린 ‘경수연도’, ‘서문구모도’, ‘용산강정도’, ‘누정한일도’ 4폭의 그림과 한호의 해서체 글씨 ‘구령학산’이 수록돼 있다. 당시 이 잔치를 기념해 이항복, 김현성, 이덕형, 이산해 등으로부터 받은 시문, 참석자 명단인 제명기, 1680년에 받은 후서 등도 포함돼 있다. 조선 중기 서예사와 회화사, 문학사의 양상을 살필 수 있고, 원본의 경수연도가 실려 있어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개인 소장의 ‘영산회상도’는 화기를 통해 1560년(명종 15년)이라는 제작 연대, 왕실의 장수와 자손 번창이라는 제작 목적, 문정왕후라는 발원 주체, 영산회상이라는 그림의 주제 등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불화다. 비단 바탕에 금니로 영축산에서 석가모니불이 법화경을 설법하는 순간을 표현했는데, 화면 중앙에 크게 배치한 본존을 중심으로 6대 보살, 제석·범천, 사천왕, 팔부중 등 권속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했다.
간결하고 세련된 원형의 두광과 신광, 높은 육계에 뾰족한 형태의 보주, 작고 갸름한 얼굴, 군살 없이 균형 잡힌 신체, 오른쪽 무릎 가장자리에 둔 촉지인의 손 모양 등은 16세기 불화 양식을 잘 담고 있다. 조선 전기에 제작된 군도형 회상도 중 가장 완성도 높은 구성력과 섬세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는 등 예술성이 뛰어나다.
계명대학교동산도서관이 소장한 ‘묘법연화경 권3’은 천태종의 근본 경전으로, 인도 승려인 구마라집이 한역하고 송나라 승려 계환이 주해한 전 7권 가운데 권3의 1책이다. 이 책은 안평대군, 금성대군 및 호조좌랑 이명민 등이 1450년(세종 32년) 세종의 명령으로, 조선에서 생산된 왜저지에 초주갑인자로 찍어 만든 금속활자본이다. 이 판본은 33부를 인쇄했으나 현존하는 수량이 많지 않으며, 동일 권차는 현재까지 계명대학교동산도서관 소장본만 유일하게 확인되고 있어 인쇄사적·제지사적 가치가 우수하다.
표지는 감색의 염색지를 사용했고, 제첨 역시 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15세기 왕실 간행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또한 본문 전체에 걸쳐 남아 있는 한글과 구결 등의 표기는 이 책의 국어학적 자료적 가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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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법연화경 권3’. [국가유산청] |
‘구례 화엄사 동종’은 몸체에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 주종기를 통해 전라도에서 주로 활동한 주종장 윤종백이 김원학, 한천석 등과 함께 1711년(숙종 37년) 제작했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처음에 운흥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됐는데 어느 시점에 화엄사로 옮겨졌는지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총독부 유리건판 사진과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진 1925년 수리 기록에서도 그 시기에 화엄사에 있었음이 확인된다.
조선 후기 동종 중 대형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주조 상태가 매우 양호하며 조형적 균형미가 뛰어나 예술적 가치가 높다. 또한, 몸체에 제작 당시의 기록과 함께 1925년과 1955년 두 차례의 수리 기록도 남기고 있어 자료적 가치도 높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고려 수월관음보살도’는 ‘화엄경’ 입법계품에 근거하며,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53명의 선지식을 찾아가는 남방순례 중 보타락가산에 거주하는 관음보살을 친견하는 장면을 도상화한 불화다. 전형적인 고려 후기 수월관음도상을 따르면서도 섬세한 천의 속에 베풀어진 역동적인 원형넝쿨무늬와 연꽃무늬, 은은하고 품위 있는 색채 감각, 윤곽선과 문양에 세련되게 사용된 금니 등으로 절제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구현해 냈다.
현존하는 고려 불화는 국내외를 통틀어 그 수가 적고 대다수가 해외에 전하고 있다. 고려 불화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수월관음보살도의 경우 국내에는 호림박물관, 리움미술관 등에 6점만이 전하고 있어 희소성이 높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영축사’명 영산회상도’는 화기를 통해 1742년(영조 18년)이라는 제작 연대, 혜식이라는 제작자, 영축사라는 원봉안처 등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불화다. 유려한 세선을 사용한 인물 표현, 녹색과 적색의 안정된 색감, 신광의 내부를 띠로 표현한 기법, 녹색의 회장을 능화무늬로 장엄한 점 등 18세기 전반 영남 지역 불화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을 뿐 아니라 세부 표현에서 제작자의 화풍이 잘 드러나 있다.
현존 영상회상도 가운데에서도 큰 편에 속하는 이 작품은 혜승의 대표작이자 18세기 전반 영산회상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화기에 화승 집단을 스스로 ‘비수회’라 칭한 점은 조선 후기 화승 집단의 장인적 정체성과 조직적 활동을 보여주는 희귀한 사례로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