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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銀·銅 ‘올림픽 랠리’

金, 1979년 이후 연간 상승률 최고
銀 70달러·구리 1.2만달러 첫 돌파
美·베네수엘라 긴장에 안전자산 쏠림

미국이 카리브해 지역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며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금과 은을 중심으로 한 귀금속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으로 자금이 몰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구리·백금·팔라듐 등 산업금속 전반으로 상승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4505.7달러로, 전장 대비 0.8% 상승했다. 장중 변동성은 확대됐지만 종가 기준으로도 최고가 수준을 유지했다. 금 현물 가격 역시 이날 장중 온스당 4497.55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시장에서는 최근 금값 강세의 배경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함께 통화정책 환경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카리브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카리브해 지역을 오가는 마약 카르텔 선박을 격침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주요 자금원인 원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유조선을 나포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지상에서도 마약 카르텔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개시할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이 특수작전 항공기 등을 포함한 병력을 카리브해 지역으로 추가 배치했다고 보도하며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정학적 불안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강화시키며 금과 은 같은 실물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전형적인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동·우크라이나에 이어 서반구까지 군사 리스크가 확산되는 양상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달러 약세와 미국 금리 인하 기대도 귀금속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무이자 자산인 금의 상대적 매력은 높아진다. 실제로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지며 금 가격을 추가로 밀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은 가격은 금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은 현물 가격은 이날 장중 3% 넘게 급등한 온스당 71.49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상징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온스당 70달러 선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은값 급등의 배경으로 구조적인 공급 부족과 산업 수요 증가를 동시에 지목한다. 은은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금속인 반면, 광산 투자 부족으로 공급 확대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제이너 메탈스의 피터 그랜트 선임 금속 전략가는 “은 가격 랠리의 기저에는 산업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여기에 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 기대가 겹치면서 투자 수요까지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리, 백금, 팔라듐 가격도 치솟고 있다. 구리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톤(t)당 1만2000달러를 넘겼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구릿값은 23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1% 넘게 뛰어 톤당 1만2160달러까지 올랐다가 1만20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FT는 구리 가격이 올해 37% 뛰었으며 2009년 이후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