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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고려아연 손 든 이유…“美 협력에 유증 필요, 핵심광물 경제안보 직결”

영풍 측 가처분 신청 기각…합작법인에 유증
“美 지분투자 없이 프로젝트 추진 불가”
“고려아연 지배권 구도 결정적 변화 없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며,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제기한 모든 쟁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위해 지분 소유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권 분쟁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본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전날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영풍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해선 제3자 유상증자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영풍 측은 유상증자 없이도 미국 제련소 투자가 원활히 진행됐을 것이라 주장했지만, 이를 배척한 것이다.

법원은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있는 지분 소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신주발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프로젝트 추진이 가능했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단순히 고려아연 또는 사업법인에 직접 출자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만으로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합작법인을 통해 지분을 확보하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길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정부가 프로젝트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으로 봤다. 법원은 “제련소 건설 사업은 환경보호 문제 등으로 고려아연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 사업 추진 자체가 쉽지 않은데 이 사건 거래로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오는 26일로 예정된 유상증자 대금 납입은 계획대로 이뤄진다. 고려아연은 2조8510억원 규모의 220만주를 현지 합작법인 크루서블JV에 증자하고, 크루서블 JV는 고려아연의 지분 10%를 확보하게 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제공]

아울러 법원은 고려아연이 생산한 핵심 광물이 ‘경제 안보’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중국 정부가 핵심 광물을 ‘자원 무기화’하면서 미국 정부가 핵심 광물 생산 능력을 갖춘 사업 파트너를 필요로 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의 협력이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란 주장에 대해선 “지배권 구도를 결정적으로 바꾼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신주인수계약에서 합작법인이 지명한 이사 후보자가 고려아연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지만, 이사 후보자가 의결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유상증자가 완료될 경우 영풍 측 우호 지분 비중이 희석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의 우호 지분은 47.22%에서 42.10%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호 지분 역시 감소하지만, 크루서블JV를 포함하면 40.37%로 양측의 격차는 좁혀지게 된다.

이번 판결로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 프로젝트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통합제련소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온산제련소와도 협력해 상호보완적인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한편, 내년 1월 14일에는 고려아연이 2023년 진행한 제3자 유상증자를 두고 2심 변론기일이 이어진다. 고려아연은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인 HMG 글로벌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최대 주주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이 촉발했다. 1심에서는 고려아연이 영풍 측에 패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