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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은커녕 종교 갈등도 없었다”…평화롭던 마을에 떨어진 ‘트럼프의 미사일’

미국과 나이지리아 정부가 성탄절인 12월 25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북서부 지역에 공동 공습을 단행했다. [로이터]

미국과 나이지리아 정부가 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북서부 지역에 공동 공습을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강력하고 치명적인 타격”이었다고 자평했지만 실제로는 종교 갈등조차 없는 곳을 기독교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공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6일 CNN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사일 잔해가 떨어진 나이지리아 소코토주 자보(Jabo) 마을 주민들은 이번 공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당시 밤 10시경 마을 보건소 인근 들판에 미사일이 떨어지며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현지 주의회 의원 바샤르 이사 자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지역은 이슬람국가(IS)나 테러 단체의 활동 전력이 전혀 없는 곳”이라며 주민들이 극심한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 술레이만 카가라 역시 “우리 마을은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평화롭게 공존해 왔으며 종교적 분쟁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현장의 목소리는 이번 공습이 ‘테러 거점 타격’이었다는 미 정부의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와 미 아프리카 사령부(AFRICOM)의 설명은 다르다. 모하메드 이드리스 나이지리아 정보장관은 공습 24시간 후 성명을 통해 “소코토주 탄가자 지역에 위치한 IS 연계 세력 ‘라쿠라와(Lakurawa)’의 주요 거점 두 곳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발표했다. 자보 마을에 떨어진 것은 공습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과 잔해라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브루킹스 연구소 등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이 나이지리아 테러의 중심지가 기존 북동부에서 북서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특히 라쿠라와는 2023년 니제르 쿠데타 이후 국경 감시가 허술해진 틈을 타 유입된 신생 세력으로, 최근 주민들을 억압하며 세력을 확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습의 가장 결정적인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대외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기독교 중심주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PBS와 가디언(The Guardia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습 직후 SNS를 통해 “기독교인을 잔인하게 살해해 온 ISIS 테러 오물들에게 강력하고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수주 전부터 나이지리아 정부가 기독교인 박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총을 들고 들어가겠다(Guns-a-blazing)”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나이지리아 공습 장면. [미 국방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이번 작전이 “전세계 기독교인을 향한 폭력을 끝내라는 대통령의 명령을 수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테러 대응을 종교적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현 행정부의 대외 기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월, 나이지리아를 종교 자유 침해와 관련한 ‘특별우려국(CPC)’으로 다시 지정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해제되었던 조치로, 이번 공습은 나이지리아 정부를 압박해 미국의 외교적 입맛에 맞는 안보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강력한 실력 행사로 풀이된다.

나이지리아 유수프 투가르 외무장관은 이번 공습이 “종교와 상관없는 보편적인 테러 척결 작전”이라고 선을 그으며 미국의 종교적 해석을 경계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내 테러와 무장 단체의 공격은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다수의 무슬림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성탄절 공습은 테러 세력 타격이라는 군사적 목적 외에도, 미국의 강력한 개입주의와 종교적 명분을 결합한 새로운 아프리카 전략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작 미사일이 떨어진 평화로운 마을 주민들의 공포는 국가 간의 거대한 전략 속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