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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처리는 국가 필수 인프라…음지 산업을 고부가가치 에너지로”

박상원 천일에너지 대표 인터뷰
연간 수만㎞ 현장 누비며 ‘직거래’ 인프라 구축
폐목재 넘어 커피박·뼈까지…바이오매스 영토 확장
2026년 ‘직매립 금지’…파봉·선별로 열원 재활용

[천일에너지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인테리어 등 공사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신고하면, 전문 수거업체에서 이를 수거한다. 수거된 폐기물들은 집하장에서 폐목재와 폐합성수지, 폐콘크리트로 선별된 후, 중간처리시설로 이동한다. 그중 폐목재는 친환경 연료 생산 설비를 통해 BIO-SRF(가연성 고형 연료)로 만들어진다. 폐기물의 놀라운 변신이다.

이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기업이 있다. 천일에너지는 ‘지구하다’를 통해 폐기물 수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임시 보관장 및 공공선별장인 ‘천일에너지 허브’를 직접 운영해 국내 최저가로 폐기물을 처리한다. 폐목재의 목적지는 중간처리장인 ‘천일에너지 팩토리’다. 하루 약 1500톤, 연간 약 50만톤 규모의 국내 최대 친환경 연료 생산 설비를 갖춘 이곳에서 친환경 연료로 탈바꿈한다.

박상원 천일에너지 대표. 최은지 기자.

박상원 천일에너지 대표(45)는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폐기물 처리 시설은 기피 시설이 아닌, 도로, 항만, 공항과 같이 국가가 운영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인프라’”라며 “폐기물 산업이 음지에서 양지로, 단순 처리에서 고부가가치 에너지 산업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폐기물 업계의 ‘게임 체인저’를 자처한다. 2009년 한화그룹을 떠나 부친의 사업을 돕다 우연히 발을 들인 폐기물 시장에서, 그는 기존의 관행을 깨고 금융과 IT,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것을 넘어, 버려지는 모든 것을 에너지로 되돌리겠다는 그의 비전과 경영 철학을 들어봤다.

연간 수만㎞ 뛰며…현장에서 답을 찾다

[천일에너지 제공]

2013년 포천 소각장을 준공했지만, 좌충우돌이 많았다. 폐기물 산업의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는 책상머리 경영을 버리고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연간 수만㎞를 직접 운전하며 밑바닥부터 산업 구조를 익혔다

그 과정에서 그가 찾아낸 핵심 경쟁력은 ‘직거래’를 통한 유통 단계 축소였다.

박 대표는 “폐기물 처리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에, 수집·운반과 최종 수요처를 직거래로 연결해 중간 거품을 걷어냈다”며 “유통 단계를 걷어내고 직거래를 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은 결국 업체가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는 배출처에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커피 찌꺼기도, 닭 뼈도 훌륭한 에너지원”

수거된 커피박(커피찌꺼기)는 바이오매스로 자원화된다. [지구하다 제공]

천일에너지는 폐목재 처리를 넘어 ‘바이오매스(Biomass)’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박 대표는 “유기물에는 각종 탄소 등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는 성분들이 있다”며 자원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주력하는 분야는 ‘커피박(커피 찌꺼기)’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15g의 커피 원두가 사용되는데, 원두의 99.8%인 14.97g의 쓰레기가 필연적으로 배출된다. 이 쓰레기가 ‘커피박’이다. 현재 커피박은 종량제 봉투에 담겨 매립·소각된다. 커피박은 소각 시 1톤당 약 338㎏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천일에너지는 ‘지구하다’를 통해 무상으로 커피박을 수거해 이를 바이오매스로 활용한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발생하는 커피박을 자원화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커피 찌꺼기는 훌륭한 식물성 잔재 연료”라며 “토양에 좋은 비료가 되기도 하고 목재와 섞어 펠렛(Pellet)으로 만들면 좋은 땔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커피박은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지거나 돈을 내고 처리해야 했지만, 이를 무상으로 수거해 연료화함으로써 배출처는 비용을 절감하고, 우리는 자원을 얻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인 ‘동물성 잔재’로 향해 있다. 박 대표는 “식당에서 나오는 닭 뼈 등 뼈 종류도 현재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지만, 인(P) 성분이 많아 최고의 비료가 될 수 있다”며 “순환 자원 사이클이 실제로 돌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6년 수도권 직매립 금지, 대안은 ‘에너지 회수’

[천일에너지 제공]

2026년 1월1일자로 ‘수도권 매립지 직매립 금지’ 조치가 시행된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선별이나 소각 없이 매립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당장 내달부터 서울시 종량제 폐기물의 처리 경로가 막히게 된다.

박 대표는 “하루 800톤에 달하는 종량제 봉투가 갈 곳이 없어지면 결국 민간 소각장으로 가야 하는데, 처리 비용은 2~3배 급등하고 이는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종량제 봉투를 파봉(破封)하여 선별하고, 가연성 폐기물을 에너지화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종량제 봉투를 터트려서 선별해 보면 타는 쓰레기가 80~90%로, 이를 단순 소각해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열과 전기를 만드는 열원으로 재활용해야 한다”며 “제지 회사나 산업단지 스팀 공급용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단순 소각이 아닌 자원 순환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보 비대칭성 걷어내는 선한 기업으로”

박상원 천일에너지 대표. 최은지 기자.

박 대표는 폐기물 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고, 투명한 수거 플랫폼 ‘지구하다’를 론칭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음성적인 시장 구조를 투명하게 바꾸고,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폐기물 시장에 카르텔이 존재하고 단가가 불투명한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라며 “걷어내면 그 편익은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사명감을 가졌다.

그는 “천일에너지는 폐기물 처리가 공공성을 띠고 인프라로서 기능하도록 만들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선한 기업’”이라며 “국내 자본으로 시장을 꽉 붙들고, 나아가 우리 기술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제 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