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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터] M&A 협상의 시작과 끝 ‘인수의향서’ 한 장의 무게


중소·중견기업 인수·합병(M&A) 현장에서 거래의 성패를 가르는 문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인수의향서(LOI·Letter of Intent)다. 많은 이가 LOI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향서’ 정도로 인식하지만, 실무에서는 오히려 M&A 협상의 시작이자 사실상 끝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격이나 계약서보다 앞서 거래의 방향을 고정시키는 문서가 바로 LOI이기 때문이다.

LOI의 핵심은 ‘조건의 합의’가 아니라 ‘구조의 선점’에 있다. 매매 가격, 거래 방식(주식매각·사업양수도), 실사 범위, 자금조달 전제, 그리고 독점협상 조항까지. 이 단계에서 합의된 틀은 이후 주식매매계약(SPA) 협상 과정에서도 쉽게 뒤집히지 않는다. 특히 독점협상(Exclusivity) 조항은 LOI의 무게를 실질적으로 키우는 요소다. 일정 기간 동안 다른 인수 후보와의 협상을 제한함으로써, 매도자는 선택권을 내려놓고 매수자는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이 독점 구간에서 자주 발생한다. 실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견되거나, 내부 투자심의가 지연되거나, 시장 환경이 바뀌면 매수자는 가격 조정이나 조건 변경을 요구한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이미 다른 대안을 차단한 상태이기 때문에 협상력이 급격히 약화된다. “LOI에서는 좋은 조건이었는데, 실사 이후 얘기가 달라졌다”는 말이 현장에서 반복되는 이유다.

또 하나의 함정은 조건부 조항의 모호함이다. ‘실사 결과에 따라’ 혹은 ‘투자위원회 승인 전제’와 같은 문구는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래 불확실성을 매수자 쪽으로 유리하게 만든다. LOI 단계에서 이 조건들의 범위와 기준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협상은 구조적으로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결국 LOI는 단순한 의향 표명이 아니라, 리스크 배분에 대한 첫 합의서에 가깝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몇몇 중소기업 오너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LOI 단계를 직접 진행하고, 본계약(SPA) 작성 시점에야 자문사를 찾곤 한다. 이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뒤늦게 심판을 투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LOI에서 불리한 프레임이 씌워지면,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나 회계사가 투입되어도 본계약에서 판을 뒤집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협상의 첫 단추인 LOI 단계부터 전문가의 검토가 필수적인 이유다. 이때 지출하는 자문료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거래의 완주 확률을 높이고 치명적인 독소조항을 걸러내는 ‘보험료’이자 핵심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경험 많은 자문사들은 LOI를 ‘가볍게 쓰고, 빨리 넘기는 문서’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이 단계에서 거래 구조, 가격 조정 메커니즘, 일정 관리, 커뮤니케이션 룰까지 최대한 정리한다. LOI를 잘못 쓰면 SPA에서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협상은 이미 불리한 출발선에 서게 된다.

M&A는 계약서로 완성되지만, 방향은 LOI에서 결정된다. 숫자보다 구조가, 조건보다 선점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의향서일 뿐”이라는 안일한 인식이 거래 전체를 흔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LOI 한 장의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성공적인 M&A의 첫 번째 관문이다.

김수정 브릿지코드 M&A센터 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