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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밖 업무지시 ‘차단’ 법제화…노사정, 실노동시간 단축 공동선언

2030년 OECD 평균 목표…실근로시간단축지원법 내년 제정
포괄임금 개선·야간노동자 보호·유연근무 확대 추진

24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킥오프 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왼쪽 여섯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노사정이 근무시간 외 불필요한 업무지시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유연근무 여건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은 ‘실근로시간단축지원법’을 내년 안에 제정하는 데 뜻을 모았다.

실노동시간 단축을 단순한 근로시간 규제가 아닌 ‘일하는 방식의 전환’으로 추진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서울 중구 서울 R.ENA 컨벤션센터에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노사정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노사정이 모두 참여한 추진단은 지난 9월 24일 출범 이후 약 3개월간 25차례 회의를 열어 실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논의했으며, 그 결과 노동부 장관과 노사정 부대표자가 모두 참여하는 ‘실노동시간 단축 공동선언’을 마련했다.

공동선언에서 노사정은 실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시간 총량을 줄이는 문제를 넘어, 생산성과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구조적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실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로의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근로시간단축지원법 제정…‘퇴근 후 지시 차단’ 명문화

노사정은 우선 내년 상반기 중 실근로시간단축지원법을 제정해 근무시간 외 불필요한 업무지시를 받지 않을 권리를 법적으로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이 법에는 일·생활 균형을 위한 유연근무 환경 조성, 노사의 실노동시간 단축 노력에 대한 재정 지원 근거도 함께 담길 예정이다.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근로기준법령을 개정해 노동시간 기록·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특별연장근로에 대한 사후 감독 체계도 정비한다. 수요가 많은 인공지능(AI) 연구·개발 분야로의 특별연장근로 확대 여부는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야간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한 대책도 추진된다. 노사정은 야간노동 실태 조사를 실시한 뒤, 이를 토대로 내년 하반기 ‘야간노동자 건강보호대책’을 공동으로 수립하기로 했다. 노동시간 제도 예외 업종에 대해서도 현황을 점검한 뒤, 최소 휴식시간 보장 등 보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야간노동 실태조사·건강보호 대책 마련

근무제도 유연화도 병행된다. 4시간 근무일의 경우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30분 조기 퇴근이 가능하도록 하고, 청년·육아기 노동자가 자기계발이나 돌봄이 필요한 경우 연차휴가를 반차(4시간) 단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한다. 연차휴가 사용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도 신설한다.

정부는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술·설비 보급, 컨설팅 지원, 여행자금 적립 정책 등 실노동시간 단축을 뒷받침하는 지원책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법정 노동시간과 최장 노동시간 상한, 연장근로 한도, 유연근무제 단위 기간, 근무일 간 휴식, 수당 할증률, 연차휴가 일수 확대 등 쟁점 사안은 노사 간 이견과 추가 실태 파악 필요성을 고려해 향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실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오랜 사회적 과제에 대해 노사정이 진정성 있는 소통과 양보로 합의에 이른 성과를 국민 앞에 책임 있게 약속하는 자리”라며 “합의된 입법 과제가 신속히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