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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폐지했다던 ‘UPH’…채용·성과급 책정에 버젓이 활용

안호영 의원실, 관련문건·녹취 공개
노동자 죽음 내모는 악순환 그대로
美SEC에 ‘셀프조사’ 공시 논란예상

쿠팡이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과로 원인으로 꼽혔던 ‘시간당 생산량’(UPH) 시스템을 지난 2021년 폐지했다고 밝혔지만, 최근까지도 채용 과정과 성과급 책정 등에 활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해 31일 공개한 쿠팡의 ‘임시직(Temp) 채용 특이사항 반영 요청서’에 따르면 2023년 6월 경기 이천시에 있는 쿠팡 호법센터는 “UPH 수치가 저조한 노동자를 후순위로 채용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문건을 쿠팡의 물류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본사에 제출했다.

해당 문건에는 “신규 사원은 평균 시간당 60개 정도 집품을 수행하는데 해당 사원은 평균 30개 미만으로 집품해 현장 내에서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며 “업무 실적과 관련해 표를 첨부하니 해당 사원의 후순위 채용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집품은 고객이 주문하면 물류센터에 있는 상품을 가져와 포장 전 단계로 보내는 작업을 말한다.

첨부된 표에는 ‘같은 날 신규 사원의 평균 집품 수량이 시간당 78유닛(units)인 반면, 해당 사원의 평균은 시간당 28유닛(units)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CFS가 같은 해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관련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도 이 사건 당사자와 다른 노동자의 생산량 수치를 근거로 해고를 정당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UPH가 단순히 현장 평가에 활용되는 수준을 넘어 관리자급 성과급 책정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안 의원실이 확보한 녹취에 따르면 전 사측 관계자는 ‘시간당 처리 물량에 따라 관리자 성과급을 지급하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성과급 기준은 우선 시간당 성과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처리 물량과 처리 물량의 지속 시간을 본 다음에 리크루터(헤드헌터)들이 얼마나 90% 수준을 유지하는지를 평가·관리했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UPH로 알려진 시간당 성과 측정은 노동자가 한순간도 쉴 수 없도록 만들어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세워왔다”며 “쿠팡이 2021년 UPH 폐지를 공식화했음에도 내부 블랙리스트 작성은 물론 관리자 성과급에까지 UPH를 활용해 온 사실은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된 쿠팡 연석청문회에서도 의원들의 강도 높은 질의가 이어졌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쿠팡 미국 본사로의 소득 이전, 물류 자회사 매출 4조3000억원에 대한 과도한 이익 수취 의혹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임광현 국세청장에 질의했다. 이에 임 청장은 “국내외 특수관계법인 간 내부거래의 적정성을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서도 “쿠팡 회원 수 3370만명, 온라인 쇼핑몰 점유율 약 39%, 멤버십 ‘락인 효과’와 새벽배송이라는 강력한 마케팅 영향력으로 형성된 진입장벽을 고려하면 충분히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할 수 있다”며 “그동안 공정위가 점유율 기준으로 이 문제를 느슨하게 바라봤다”고 지적했다.

한편 쿠팡이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발표했던 이른바 ‘셀프조사’ 결과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그대로 공시하며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SEC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제출한 서류를 통해 “고객 계정 3300만건에 대한 접근이 있었으나 범인은 약 3000건의 제한된 데이터만을 저장했다. 해당 데이터는 제3자와 공유되지 않은 채 삭제됐다”고 신고했다.

이는 쿠팡이 최근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와 동일한 내용으로, 수사기관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쿠팡은 공시 서류에 조사 결과가 수사기관이나 제3자가 아니라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고, 한국 정부의 입장도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쿠팡은 공시의 ‘미래예측 진술’ 항목에선 향후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쿠팡은 1조6850억원(약 12억달러)의 보상안을 발표했다고 함께 공시했다.

쿠팡이 한국 정부의 반박에도 이번 공시를 강행한 것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의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한 공시 지연에 따른 집단소송 등을 방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대근·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