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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펀더멘털 괴리 커…국민연금 해외투자 영향 재검토”

이창용 한은 총재, 신년사서 강조
200억 美투자, 안정된 범위서 결정
고환율·물가 압력, 성장 불확실성 커
올 1.8% 성장…IT빼면 1.4% 그칠듯


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고환율 상황에 대해 “과거 위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국민경제에 주는 영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2일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올해 대외 여건을 살펴보면 통상환경과 주요국의 재정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통상여건 측면에서는 미국 내 사법·정치적 변수의 전개에 따라 관세·무역정책을 둘러싼 위험이 다시 커질 수 있고, 대미 투자협정과 관련해서도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특히, 연간 200억달러(약 28조9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자금과 관련해 “원화 약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200억달러는 최대치를 의미하며 실제 투자 규모는 외환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밖에 주요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비롯해, 주요국의 재정 건전성과 국채시장 여건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그리고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 조정 가능성 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이 총재는 강조했다.

국내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 총재는 “올해 연간으로는 수요압력이 높지 않은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지난해와 같은 2.1%를 기록하며 주요국보다는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 측면에서도 “올해는 성장률이 1.8%로 작년의 1%에 비해 상당히 높아져 잠재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글로벌 통상환경과 반도체 경기, 내수회복 속도 등에 따라 상방과 하방 모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환율 변동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순대외채권국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만큼 최근의 환율 수준만으로 과거 위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최근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지표)과는 괴리가 큰 수준이고, 물가 상승압력을 높이고 내수기업 등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환율 안정성 완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외환시장에서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국민연금 해외투자가 국민경제 전체에 주는 영향을 연금의 장기수익률 보호와 함께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와 시기, 그리고 환헤지 운용전략 등이 국내외 시장에 지나치게 투명하게 드러나면서 환율 절하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려 국내외 다른 경제주체들의 투자 향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거주자의 지속적인 해외투자 확대가 거시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과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며 “이런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그리고 거시적 영향을 부처 간 조율할 수 있는 범정부적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현 상태가 지속한다면 외환시장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조차 국민연금은 달러를 정해진 계획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입하고 외환당국은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달러를 매도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전략적 환헤지의 탄력적 대응을 위한 기획단을 꾸렸고, 정부 관련 부처와 국민연금, 한은 등은 국민연금 해외투자의 ‘뉴 프레임워크(New Framework)’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성장 경로에 상·하방 위험이 모두 존재하고, 물가 흐름도 환율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수도권 주택가격 동향을 지속해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