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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I판 맨해튼 프로젝트’ 한 달 만에 중국 맞불…자율형 AI 가동

홍콩 SCMP 보도…중국 인간 개입 없는 ‘자율형 AI 시스템’ 가동
중-미 AI 반도체 제재 맞서 자립 가속화…EUV 국산화도 시도
[로이터]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AI판 맨해튼 프로젝트’로 불리는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AI) 전략을 본격화한 지 한 달 만에 중국이 자율형 AI 시스템 가동이라는 대응 조치를 내놨다. AI를 둘러싼 미·중 경쟁이 연구 인프라와 반도체, 전력 정책까지 포괄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달 23일부터 국가슈퍼컴퓨팅 네트워크(SCNet)를 기반으로 인간의 지속적인 개입 없이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자율형 AI 시스템을 공식 가동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 ‘제네시스 미션’을 통해 미국 내 과학 데이터를 통합하고 민간 빅테크와 협력해 AI 주도권 확보에 나선 직후 이뤄진 조치다.

SCMP는 중국의 자율형 AI 시스템이 간단한 자연어 명령만으로 연구 과제를 분해하고, 컴퓨팅 자원을 할당해 시뮬레이션을 실행한 뒤 데이터를 분석하고 완성된 과학 보고서를 생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 전 과정에서 지속적인 인간 감독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은 중국과학원(CAS) 산하 연구소들의 협력을 통해 개발됐으며, SCNet이 핵심 인프라 역할을 맡고 있다.

2023년 출범한 SCNet은 현재 30개 이상의 컴퓨팅 센터를 연결하는 고속 디지털 백본망으로, 방대한 연산 자원을 필요에 따라 통합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국 내 정부 기관과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1천여 곳이 이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회원이자 SCNet 전문가 패널 의장인 첸더페이는 SCMP에 “과학 연구가 인공지능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중국의 자율형 AI 시스템은 흩어져 있는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이 시스템이 재료과학, 생명공학, 산업 인공지능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형 AI 시스템은 미국과의 AI 주도권 경쟁에서 핵심 프로젝트로 언급된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시행 중인 첨단 AI 반도체 기술 제한과 수출 제재에 대응해 국가 차원의 반도체 자립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 전략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고 중앙과학기술위원회가 감독하며, 화웨이 등 민간 기업도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전략에는 자율형 AI 시스템 외에도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국산화가 포함돼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수입이 금지된 네덜란드 ASML의 기술을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EUV 노광장비 시제품을 완성해 시험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자율형 AI 시스템 활용 비중을 2027년 산업 전반의 70%, 2030년 9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제네시스 미션은 에너지부(DOE)를 중심으로 17개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와 방대한 과학 데이터를 통합한 ‘미국 과학·안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민간 빅테크와 협력해 AI 기술 우위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미 행정부는 이를 통해 첨단 제조, 생명공학, 핵심 소재, 핵분열 및 핵융합 에너지, 양자 정보 과학, 반도체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제네시스 미션은 AI를 국가 안보와 과학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되고 있다.

제네시스 미션 추진 과정에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전력망 확충 문제가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원전과 화석연료 활용 확대 논의가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빅테크 기업들이 국가 전략의 협력 파트너로 참여하는 구조도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