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합의 불발 속 민주당 입법화 속도
전문가 “사회적 합의 없으면 갈등 키워”
전문가 “사회적 합의 없으면 갈등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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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예산을 편성해 성장률 반등을 노리는 2026년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시험대는 ‘정년 65세 연장’이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국민연금 수급 연령 상향으로 심화된 은퇴 이후 소득 공백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구조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년연장 입법 로드맵 마련에 속도를 내면서, 정년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해법을 요구받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만 노사 간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으면서 최종안 확정 이후에도 상당한 사회적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노사정에 따르면 정년연장 논의는 고령화와 맞물린 대표적인 노동시장 구조 개혁 과제로 꼽힌다. 현행 법정 정년은 60세로,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현재 63세, 단계적 상향 중)까지 최소 3년 이상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이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계속고용 제도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데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해법을 둘러싼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일괄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금 조정은 사업장별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하되, 법으로 정년 자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법정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고용 경직성을 우려하며, 정년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등 기업 자율에 맡기는 계속고용 방식을 선호한다. 재고용은 임금 조정이 가능해 기업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입장 차로 노사정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계속고용위원회’ 논의는 사실상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익위원 권고안 역시 노동계 불참으로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민주당은 정년연장 논의의 시급성을 감안해 국회에 ‘정년연장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입법 논의에 착수했다. 당초 노사 공동 입법안을 목표로 했지만 협상은 끝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민주당은 ▷2036년 ▷2039년 ▷2041년을 완성 시점으로 하는 3가지 단계적 법정 정년연장안을 제시했다.
정년 도달 전 1~2년은 퇴직 후 재고용으로 고용을 이어가고, 최종적으로 법정 정년을 65세로 맞추는 혼합형 구조다. 정년연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금 조정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담겼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년연장 완성 시점이 지나치게 늦다”며 반발했고, 경영계는 “법정 정년연장 자체가 과도한 부담”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노사 합의는 결렬됐고, 민주당이 절충안 중 하나를 선택해 단독 입법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당 안팎에서는 중간안인 ‘2039년 완성 혼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연구원도 최근 정책 브리핑에서 “혼합형 안이 상대적으로 균형적”이라고 평가했다.
입법 이후의 과제는 더 무겁다. 민주당이 최종안을 확정할 경우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은 물론 노사 양측의 반발이 예상돼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청년 고용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11월 기준 청년층(15~29세) ‘쉬었음’ 인구는 약 41.6만명 수준이다. 다만 연령 범위를 20대와 30대를 합친 ‘20~39세’로 볼 경우, 30대 ‘쉬었음’ 인구가 33만명 수준으로 20대 ‘쉬었음’과 합하면 약 73만여명 규모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연봉 고령 근로자의 고용 기간이 늘어날 경우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년연장이 세대 간 고용 구조와 맞물려 청년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년 65세 연장이 피할 수 없는 구조적 과제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속도와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또 다른 갈등 비용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