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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역사 속으로…재경부·기획처, 순탄치 않은 출범

18년 만에 경제 정책·예산 분리
예산권 없는 재정경제부 시험대
이혜훈 장관후보 청문회 첫 관문

김민석(왼쪽 다섯 번째) 국무총리와 임기근(오른쪽 다섯 번째) 차관을 비롯한 기획예산처 공무원들이 2일 정부세종청사 5동에서 기획예산처 현판 제막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기획재정부가 1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기획처)가 2일 공식 출범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탄생해 경제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 권한을 동시에 틀어쥔 ‘공룡 부처’ 기재부 체제가 막을 내리고, 경제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을 분리하는 새로운 정부 운영 틀이 본격 가동된다.

이번 조직 개편은 정책과 예산 기능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출범 첫날부터 두 부처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경부는 경제정책 총괄에만 집중하는 구조로 부총리가 경제 사령탑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또한 기획처는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혜훈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통과가 발 등에 떨어진 불이다.

재경부와 기획처는 이날 각각 정부세종청사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재경부는 기존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남고, 기획처는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가 사용하던 청사 5동 사무실로 옮겨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출범사에서 “지금 우리 앞에는 잠재성장률 반등과 경제 대도약이라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다”며 “지난해가 회복에 집중한 시기였다면, 2026년은 본격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특별한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정책 성과로 평가받는 재정경제부가 돼야 한다”며 “새해, 새 마음으로 새로운 재정경제부의 내일을 함께 열어가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번 개편에 따라 재경부는 경제정책 수립·조정을 중심으로 화폐·외환, 국고 및 정부회계, 세제, 국제금융, 공공기관 관리, 경제협력, 국유재산 관련 업무를 맡는다. 중장기 국가전략과 재정정책 수립, 예산·기금의 편성·집행·성과관리, 민간투자, 국가채무 관리 등은 기획예산처의 소관이 됐다.

재경부는 기존 기재부와 마찬가지로 2차관제를 유지하되, 실장(1급) 자리를 3개 늘렸다. 특히 ‘혁신성장실’을 신설해 기존 정책조정국의 조직과 기능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재경부는 부처 간 협업을 조정하는 ‘정책 플랫폼’ 역할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기재부 시절처럼 경제관계장관회의와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등을 주재하고 부처 간 이견과 정책을 조율할 계획이다.

조만간 발표할 ‘2026년 경제성장전략’ 수립 과정도 과거와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기재부가 단독으로 세부안을 마련한 뒤 관계 부처와 협의했지만, 예산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는 각 부처로부터 과제를 취합한 뒤 이를 조정·보완해야 한다. 예산권을 쥔 기재부 눈치를 보느라 타 부처들이 기재부 의견을 따랐는데, 재경부엔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여기에 금융위원회 흡수·통합이 무산되면서, 재경부는 ‘세제’ 권한만으로 정책을 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총리직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경제 컨트롤타워의 위상을 세우려면 청와대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무총리의 대통령 주례 보고처럼, 대통령과 부총리의 ‘정례 독대’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재경부 안팎에서 나온다.

장관이 공석인 채로 출범하는 기획처는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첫번째 관문이다. 과거 폭언·갑질 논란을 뚫고 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까지 적지 않은 험로가 예상된다. 또한 초대 부처 장관으로 조직관리 경험이 없는 정치인이 임명된 것도 내부에서는 불안 요인이다.

기획처에는 예산실과 함께 미래전략국을 확대 개편한 ‘미래전략기획실’이 들어선다. 인구 구조 변화와 재정의 지속성 등을 고려해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을 구상하는 역할을 한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