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 현장 가보니
천장부터 바닥까지 AI·로봇 완벽한 합주
디지털 트윈 기술로 정교한 생산라인 지휘
50년된 공장, AI로 첨단 스마트공장 도약‘AI 대전환’ 선도 사례·전진 기지로 각광생산성 36% 증가·작업 중단 96% 감소
![]() |
| 전세계 산업과 제조 현장에 ‘AI 대전환(AX)’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AX의 중심에서 활약할 피지컬 AI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가상 세계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등 물리적 본체와 결합해 실제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2026년은 ‘지능(Intelligence)’이 ‘형태(Shape)’를 갖추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이며, 피지컬 AI를 선점하는 기업과 국가가 다가오는 100년의 경제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휴보랩에서 카이스트 휴머노이드가 독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
경남 창원중앙역에서 차로 약 20분을 이동하자 창원국가산업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닦인 도로 양 옆으로 여러 기업의 공장들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1974년 조성된 창원국가산단은 가전, 방위산업, 자동차 공장 등이 집결해 있는 경남 지역의 대표적인 산업단지다.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심장부 역할을 하며 반세기 동안 한국 제조업의 황금기를 뒷받침한 곳이기도 하다.
창원국가산단의 한복판에는 LG전자 공장이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전자는 1976년 이곳에 터를 잡고 첫 번째 공장을 세웠다. 우리나라 집안 풍경을 바꿔 놓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각종 생활가전들이 바로 여기서 탄생했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에 준공 50주년을 맞이하는 LG전자 창원공장은 반세기 동안 쌓아올린 제조 경쟁력에 인공지능(AI)·로봇·자율주행 등 최첨단 기술을 얹어 또 한 번 도약을 꾀하고 있다. 사업장 간판도 2021년부터 ‘LG스마트파크’로 바꿔 달았다.
전 세계 제조 현장에 ‘AI 대전환(AX)’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지금 창원 LG스마트파크는 우리나라 제조 AX의 선도 사례이자 전진 기지로 꼽힌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AI·로봇 ‘완벽한 합주’
![]() |
| 1978년 LG전자가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당시 창원공장 모습(왼쪽)과 현재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한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 전경. [LG전자 제공] |
지난달 23일 찾은 창원 LG스마트파크는 연말을 앞두고 여전히 분주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A1과 A3로 불리는 건물 사이에 위치한 4층 높이의 최신식 건물이었다. LG전자는 2017년부터 약 8000억원을 투자해 기존 A2 공장 자리에 스마트 공장인 통합생산동을 구축했다. 2021년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해 한국은 물론 북미에 수출하는 냉장고 58종을 생산하고 있다.
메인 생산라인이 있는 통합생산동의 3층에 올라서자 탁 트인 공간 구성이 눈에 띄었다. 흔히 공장이라고 하면 복잡하게 얽힌 라인과 설비를 따라 작업자들이 바쁘게 오가고 각종 부품과 자재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실제 모습은 달랐다.
천장과 바닥을 모두 생산라인으로 활용하고, 라인의 시작과 끝에서는 엘리베이터가 1층부터 4층까지 오르내리며 물건을 운반하고 있었다. 건물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작업자의 이동을 최소화하고 공간을 최대한 확보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 |
| 경남 창원 LG스마트파크 생산라인의 천장에 설치된 고공 컨베이어는 냉장고 부품을 담은 박스를 자동으로 운반해 작업자에게 가져다준다. [LG전자 제공] |
머리 위를 올려다보니 반도체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오버헤드 호이스트 트랜스포트(OHT)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냉장고 부품을 담은 박스가 천장의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필요한 작업 구간까지 직접 가져다줬다.
바닥에서는 50대 이상의 자율주행 이동로봇(AMR)이 부품과 자재가 담긴 대형 카트를 운반하고 있었다. 공장 내 구축한 5G 전용망을 따라 움직이는 AMR은 전방에 사람이 감지되면 일단 멈추고 경고를 보내며 알아서 충돌을 피했다. 최대 600㎏까지 실을 수 있어 작업자가 무거운 부품을 직접 옮겨야 하는 부담도 덜어줬다.
냉장고 조립 과정에서는 로봇 팔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거대한 로봇 팔이 20㎏이 넘는 양문형 냉장고의 문짝을 번쩍 들어 올려 본체에 척척 끼워 넣었다.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한 로봇 팔은 용접 작업도 제 위치에 맞게 정확하게 해냈다. 컴프레서의 나사 체결도 로봇 팔이 빠르게 진행했다.
이렇게 완성된 냉장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검수 작업을 거친다. 최종 합격한 냉장고는 다시 3층으로 내려온다. 이때 양팔 로봇이 냉장고에 대형 비닐과 박스를 씌우며 순식간에 출고 준비를 끝냈다.
디지털 트윈 활용…물 흐르듯 생산라인 지휘
![]() |
| 경남 창원 LG스마트파크의 냉장고 생산라인에는 수십 대의 로봇 팔이 배치돼 조립과 용접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LG전자 제공] |
총 6개 생산라인을 운영 중인 창원 LG스마트파크는 연간 300만대 이상 규모의 생산역량을 갖추고 있다. 생산라인의 정교한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것은 바로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의 공간에 실제와 똑같이 생긴 일종의 쌍둥이 공장을 구축하는 기술이다. 실제 공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분석·예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각 기업들이 생산성 제고를 위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기술이다.
![]() |
| 작업자들이 디지털 트윈을 통해 구현한 LG스마트파크의 가상 공장을 보며 부품 이동과 재고 상황 등을 체크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
LG스마트파크는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해 30초마다 공장 안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10분 뒤 일어날 상황을 예측한다. 예를 들어 특정 부품 재고의 소진이 예상되면 이를 알려 문제를 미리 해결한다. 덕분에 라인이 멈추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밖에 부품 이동 상황과 설비 이상유무, 제품 생산실적 등도 디지털 트윈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통합생산동 1층 로비에 설치된 화면을 보니 현재 냉장고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2.8초임을 알 수 있었다.
LG스마트파크는 또한 자체 개발한 딥러닝 기반 지능화 플랫폼 PIE(Plug-in for Intelligent Equipment platform)를 도입해 설비 이상을 사전에 감지하고 공정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처럼 부품 운반부터 조립·검사·포장까지 전 과정을 하나로 모아 자동화하고, 예상되는 문제를 미리 감지해 해결하면서 생산 효율은 크게 높아졌다. 시간당 생산성은 36% 증가했고, 예기치 못한 설비 고장으로 작업이 중단되는 시간도 96% 감소했다.
스마트 전환은 계속…“제조 현장 더 똑똑해진다”
![]() |
| 경남 창원 LG스마트파크의 냉장고 생산라인에는 수십 대의 로봇 팔이 배치돼 조립과 용접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LG전자 제공] |
LG스마트파크의 스마트 전환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날 둘러본 통합생산동 3층 한 켠에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대형 가림막이 둘러져 있었다. LG전자는 이곳에 추가로 스마트 생산라인을 구축해 오븐 등 다른 주방가전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반세기에 걸쳐 LG전자 가전 사업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던 창원 LG스마트파크는 이제 전 세계 생산기지의 AI 대전환을 이끄는 ‘마더 팩토리’로 새롭게 자리매김 중이다. LG전자는 LG스마트파크의 기술력을 계속 끌어올려 글로벌 생산법인 전역에 ‘제조 AX DNA’를 전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역시 2026년부터 제조업 AX를 위해 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지역에도 AX를 확산하고, 지역별 주력 산업단지를 AI·로봇 기반 ‘M.AX(Manufacturing AX) 클러스터’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선제적으로 AX를 실행하며 그 성과를 입증한 창원 LG스마트파크가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LG스마트파크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여러 중소기업과 공공기관들이 매일 이곳을 찾고 있다. LG전자도 나서서 지역 중소기업들의 제조업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예전에는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AI와 로봇이 다양한 상황을 파악하고 불량 여부까지 스스로 판정한다”며 “LG전자만의 고유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 현장이 더 똑똑해지는 지능화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김현일 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