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래보다 당장 버틸 돈”…농민이 꼽은 2026년 농정 1순위

농촌경제硏, ‘2026년 10대 농정 이슈’ 발간
가격보장·농자재 지원 ‘최우선’...스마트농업·에너지 전환은 후순위
“안정 없는 혁신, 현장에선 안 먹힌다”

작년 12월 22일 강원 강릉시 경포동 들녘에서 농민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막바지 무 수확을 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2026년 농정의 방향을 묻자 농업인들이 가장 먼저 꼽은 것은 ‘미래 혁신’이 아니라 “지금 농사를 버틸 수 있는 안전망”이었다. 기후위기와 고환율, 농자재 가격 불안이 일상이 되면서 농업 현장은 구조 전환보다 당장의 소득·경영 안정을 더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26년 10대 농정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중요도 조사에서 ‘가격보장 및 보험 강화를 통한 농가소득 안정’이 7.62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필수 농자재 지원을 통한 경영 안정’ 역시 7.60점으로 뒤를 이었다. 스마트농업 확산이나 재생에너지 전환보다 눈앞의 경영 리스크 완화가 훨씬 시급하다는 인식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보고서는 “농업인은 농정의 중장기 비전보다 연간 소득 변동성과 생산비 부담을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며 “재해 발생 시 사후 지원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로는 확대되는 위험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가격안정 장치와 보험을 결합한 상시적 위험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부 정책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스마트농업·AI 확산은 농업인 인식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머물렀다. 연구원은 “농업인들이 기술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 여력과 소득 안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안정 없는 혁신은 현장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식량안보에 대한 인식도 눈에 띈다. 보고서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기후위기 심화 속에서 “자급률 중심 접근을 넘어 생산·비축·수입 조달을 연계한 통합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쌀 수급 관리 고도화와 전략작물 확대 역시 농정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다만 이 역시 현장에서는 소득 안정 장치와 함께 작동할 때 정책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전제됐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연구원은 “기본소득은 인구 유입과 지역 활력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실험”이라면서도 “재원 분담 구조와 지방재정 부담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6년은 정책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분기점의 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결국 2026년 농정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순서의 문제’를 제시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혁신을 멈추라는 것이 아니라 안정 위에서의 전환”이라며 “농업인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재정렬해야 농정의 지속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