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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철옹성 뚫는 K방산…“현지화·논의틀 확대가 관건” [비즈360]

브뤼셀 안보외교전략센터 심층보고서 발간
“한국, ‘항시 가동 공장’ 보유한 독보적 파트너”
EU 자국보호주의 등 제도적 어려움 해결이 관건
“공동 논의틀 확대·현지 생산 전략 유지 등 필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 유도미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폴란드와 5조6000억원 규모의 천무 유도탄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국내 방위산업체가 폴란드와 5조원대 계약을 수주하는 등 유럽의 자국 우선주의 장벽을 넘어 선전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유럽 각국에서 무기 수요가 폭증하며 한국이 유력한 안보 파트너로 부상한 가운데, 이제는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전략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VUB) 안보·외교·전략센터(CSDS)는 최근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간의 방산 협력 가능성을 분석한 심층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의 저자인 다니엘 피오트 교수(CSDS의 방위·국정운영 부문 책임자)는 한국 방산의 강점으로 ‘끊이지 않는 생산 라인’을 꼽으며, 양측의 협력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방산의 무기 ‘언제나 가동 가능한 공장’

보고서는 한국 방산의 최대 경쟁력을 ‘항시 가동 가능한 공장(Ever-warm factories)’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기업의 우수한 성능, 빠른 납기 능력은 이미 입증됐으며 유럽 방위 생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대규모 주문을 신속히 이행할 수 있도록 상시 가동 상태를 유지하는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탄약 등 군수 물자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생산 속도·규모가 중요한 매우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은 방위 연구개발(R&D) 지출 규모와 국내 조달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춰,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라고 분석했다.

현지화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태도도 높게 평가했다. 가령 폴란드에서의 K9 자주포, 전차 등 공동 생산 사례처럼 유럽 내 현지 생산에 대한 의지를 입증해 왔으며, 이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방위산업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했다. 또한 한국이 재래식 무기 체계 외에 민군 겸용 및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강점을 갖춰, 유럽의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24년 9월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 설치된 한국관 모습. [헤럴드DB]

EU의 ‘보호주의 규제’는 넘어야 할 산

다만 보고서는 심층적인 협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EU와 나토의 상이한 거버넌스 체계와 EU의 자국 산업 보호 중심 규제를 지목했다.

현재 EU는 유럽방위기금(EDF)과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을 통해 역내 방산 기반(EDTIB)을 육성하고 있으나, 제3국 기업의 참여에는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특히 EU 재정이 투입된 제품의 경우 비(非) EU 부품 비중을 35% 이내로 제한하는 등의 규정은 한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법적 장벽은) 유럽이 자국 방위산업 기반을 보호하려는 필요성과 역량 있는 외부 파트너와 협력하는 목표 사이에서 겪는 긴장 관계를 반영한다”고 짚었다.

또한, 나토는 군사적 상호운용성에 집중하는 반면 EU는 단일 시장 구축과 산업 주권을 중시하는 등 양 기구의 정책 방향이 일치하지 않아 한국 입장에서는 이중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나토의 혁신 중심 매커니즘과 EU의 시장 구축 중심 이니셔티브는 상호 정합성이 낮아, 한국은 일관성 없는 제도적 체계를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제도 조율 위한 10대 정책 제언…연례 포럼 등 제안

보고서는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실질적 안보 파트너십을 갖추기 위한 10가지 정책 제언을 내놨다. 핵심 내용은 ▷EU 집행위와 나토 방위투자국이 참여하는 공동 논의틀 확대 ▷한국, 일본, 호주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유럽과 관계가 긴밀한 나라들이 참여하는 ‘연례 방위산업 포럼’ 개최 ▷현지 생산 및 라이선스 생산 전략 지속 ▷나토의 혁신 가속기(DIANA)와 한국 연구기관 및 중소기업을 잇는 공동 테스트베드 개발 등이다.

아울러 반도체와 특수 소재 등 방산 공급망의 병목 지점을 공동으로 점검하는 ‘전략적 매핑’과, 중국의 저가 공세 등 시장 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무역 방어 수단 모색 등 경제 안보 측면의 협력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유럽과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방위 역량에서 더 큰 자율성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실질적인 방위 협력을 통해 두 안보 무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신흥 기술 분야의 공동 연구는 억지력과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초지역적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