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CEO 16인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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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5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10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시내의 한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대출·세제 등 규제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급 확대안으로만은 시장 반응을 끌어내기 어렵고, 자금 조달과 거래 환경이 막히면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취지다.
헤럴드경제가 건설업계 CEO 16명을 대상으로 현 정부 주택공급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물은 결과, 37.5%(6명)가 민간사업 활성화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 확대를 꼽았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절차 단축은 31.3%(5명)로 뒤를 이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및 자금조달 환경 개선과 지방·비수도권 시장 맞춤형 대책 추진은 각각 12.5%(2명)였고, 기타 의견이 6.3%(1명)로 집계됐다.
대출·세제 완화 요구…‘6·27’, ‘10·15’ 규제 영향
업계가 규제 완화를 핵심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배경에는 지난해 정부가 ‘6·27 긴급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과 ‘10·15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 등 대출 규제를 연이어 발표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6·27 대책에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 6억원 제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다주택자 추가 주택 취득 목적 주담대 금지, 생애 최초 LTV(주택담보대출비율) 70% 축소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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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 이후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됐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는 무주택자는 LTV 40% 적용을 받게 됐고, 비주택담보대출 LTV 축소도 함께 추진됐다. 또한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담대 한도를 주택가격에 따라 차등화함에 따라 대출가능액은 더욱 줄었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한도가 줄어드는 방식이다.
10·15 대책 발표 당시 세제 측면에서도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침’이 제시됐다. 보유세·거래세 조정 가능성이 언급됐고,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규제지역 부동산의 보유·거래세 중과 등 특정 지역 수요 쏠림 완화책도 거론된 바있다.
정비사업 ‘이주비’ 직격…분양 일정도 연기
CEO들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별개로 가장 시급한 과제로도 대출 규제 완화를 들었다. 응답자의 43.8%(7명)가 줄여놓은 대출 한도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획일적 대출 규제가 정비사업 조합원의 자금 조달을 막아 사업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한다. 서울의 주택 공급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자금 경색이 공급 일정 자체를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비 대출이 대표적이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줄었고, 2주택자는 1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이 제한되는 구조가 적용됐다. 1+1 분양 신청자도 다주택자로 분류돼 준공 후 3년 내 주택 처분 약정을 해야 이주비 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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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포구와 영등포구 일대 아파트와 빌딩들의 모습. [헤럴드경제DB] |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의 LTV는 40%로 축소돼, 감정평가액이 15억원 이하인 경우에도 6억원 한도를 채우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주비 마련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조합원들이 사업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 일정 연기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신동아 1·2차 재건축)는 분양 시점이 당초 2025년 연말에서 올해로 연기됐고,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 ‘오티에르 반포’는 분양이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2월로 미뤄졌으며, 영등포구 신길동 ‘더샵 신풍역’도 분양 시점을 올해로 연기했다.
지방 미분양 해소는 ‘세컨드홈’ 세제 지원 1순위
지방 미분양 해소와 관련해서도 역시 세제 지원을 요하는 목소리가 컸다. 건설업계 CEO 50%(8명)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사안을 묻는 질문에 세컨드홈 등 지방 주택 매입 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LH 등 공공기관의 미분양 주택 매입 확대는 25%(4명), 지방 인프라 투자 확대는 18.8%(3명) 순이었다. 업계는 수도권과 다른 수요 구조를 고려한 지역 맞춤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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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홈 제도는 1주택자가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및 인구감소관심지역에서 추가로 주택을 취득하더라도 세제상 다주택자로 보지 않고, 기존 주택에 대한 1세대 1주택 특례를 유지하도록 한 세제 지원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에서 세컨드홈 대상 지역을 확대하고, 인구감소지역에 한해 특례 적용 주택의 공시가격 한도를 4억원에서 9억원으로, 취득세 특례 적용 취득가액 한도를 3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는 방침을 제시한 바 있다.
종합적으로 건설사 CEO들은 정부의 공급 확대 기조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 효과를 좌우할 변수로 금융·세제 규제의 강도를 지목했다.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력이 위축되면 거래가 얼어붙고, 정비사업 이주비 등 사업 추진 자금도 막혀 공급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다. A건설사 대표는 “규제 중심 정책보다 시장의 조절 기능을 살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건설사 대표는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대출 여력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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