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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이냐 위법이냐’…대법원 간 쿠팡 판매촉진비·장려금

고법선 과징금 33억원 및 시정명령 모두 취소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납품업체에 전가된 쿠팡의 판매촉진비와 장려금이 합법적 거래 관행인지,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대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년 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했다. 다만 판결문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비공개되면서, 쿠팡이 일부 대형 납품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갖지 않는다는 취지만 제한적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쿠팡 물류 센터의 모습. [연합]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1일 선고 판결에서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이 공정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업체로부터 총 161억원을 부당하게 거뒀다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이러한 위법성을 공정위가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약 33억원의 과징금과 관련 시정명령은 모두 취소됐다.

구체적으로 쿠팡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330개 납품업체로부터 성장장려금 명목으로 약 104억원을 받았고,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베이비·생필품 페어를 진행하며 388개 참가업체에 할인 비용 약 57억원을 부담시켰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연간 거래 기본계약에 없는 장려금을 받았고, 할인 비용을 전액 납품업체에 떠넘겼다고 판단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연간 거래 기본계약을 통해 지급 목적과 방식 등을 사전에 약정한 경우에만 판매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판매촉진행사 비용 역시 납품업자의 부담 비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공정위는 쿠팡의 행위가 이러한 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봤다.

그러나 고법은 판매촉진비용을 사전 서면 약정에 기재된 항목으로 한정하지 않고, 판매촉진행사에 소요된 비용 전반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쿠팡이 부담한 광고비까지 포함하면 납품업체의 비용 분담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다는 쿠팡 측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였다. 약정에 없는 비용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조사로 밝혀야 할 문제라고 봤다.

이 판결 이후 쿠팡이 납품업체로부터 거두는 금액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쿠팡 청문회에서는 최저가 정책으로 마진이 줄어들 경우 납품업체에 광고를 강요하거나 각종 비용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쿠팡이 공정위에 신고한 자료를 토대로 보면 지난해 광고·홍보비·할인쿠폰 등 판매촉진비 명목으로 약 1조4212억원, 판매장려금으로 약 9211억원을 받아 총 2조3424억원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직매입 거래액의 약 9.5%에 해당한다.

이 사건은 광고 강매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단가 인하를 압박하거나 광고를 강제했다고 판단했지만, 고법은 이를 정상적인 가격 협상의 범주로 보며 관련 제재를 취소했다.

판결문은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는 쿠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현재까지 열람이 제한된 상태다. 이로 인해 판결 취지 가운데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8개 독과점 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갖지 않는다는 부분만 제한적으로 알려졌다.

향후 대법원의 판단은 쿠팡의 거래 관행뿐 아니라 공정위의 규제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확대되고 쿠팡의 시장 지위가 강화된 만큼, 대법원이 쿠팡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공정위가 향후 시장 변화에 따라 다시 문제를 제기할 여지도 남아 있다.

한편 쿠팡은 전직 대법관과 김앤장 소속 법조인들을 대거 기용해 방어에 나서고 있는 반면, 공정위는 제한된 예산과 인력 속에서 소형 로펌과 내부 인력 중심으로 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