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베네수 부통령에 “옳은 판단 안하면 더 큰 대가”

베네수엘라 軍·정부 “오직 마두로”
충성 재확인하며 결사항전 태세
마두로 6일 새벽 美법정 첫 출석
경호팀 대부분 피살 “사망 80명”
美정치권 체포·압송작전에 분열
“의회패싱한 전쟁” vs “악당심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에 오르기 전 취재진에 이야기를 하고 있다. [AP]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권력을 대행하고 있는 델시 로드리게스(56) 부통령을 향해 “올바른 선택을 하라”며 공개 경고에 나섰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와 군은 마두로에 대한 충성을 재확인하며 무력충돌 이후에도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욕교도소에 수감된 마두로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으로 5일 정오(한국시간 6일 오전 2시) 뉴욕의 맨해튼의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처음 출석해 기소 인정 여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베네수 부통령에 경고하는 트럼프 “마두로보다 더 큰 대가 치를 것”=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을 향해 “제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마두로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골프장에 도착해 진행한 시사주간지 더 애틀랜틱(The Atlantic) 과의 인터뷰에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옳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아마도 마두로보다 더 가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미군이 카라카스에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압송한 직후에는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이후 “베네수엘라의 천연자원을 끝까지 사수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급격히 냉각됐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10여년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요직을 거쳐 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게릴라의 딸’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을 무력으로 체포한 자신의 결정에 대해서도 강하게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재건이든 정권 교체든, 무엇이라 부르든 지금 상황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며 “현 상태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美 ‘협력 압박’에도 베네수 군·정부 ‘마두로 충성’ 고수=미국은 대규모 지상군 투입보다는 군사·경제적 압박을 병행해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베네수엘라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베네수엘라 ‘운영’ 구상이 단기간에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미국에 대한 비협조 방침을 분명히 한 이후에도 항전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집권당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공개한 음성 녹음에서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은 “이곳에서 혁명 세력의 단결은 확고하게 보장돼 있다”며 “베네수엘라에는 오직 니콜라스 마두로 한 명의 대통령만 있다. 누구도 적의 도발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 역시 비상 내각회의에서 “우리의 유일한 대통령은 마두로”라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석방을 요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운영’ 발언에 대해서도 “베네수엘라는 그 어떤 나라의 식민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두로, 한국시간 6일 새벽 2시 美 법정 첫 출석=한편 미군에 의해 전격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된 마두로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으로 5일 정오 뉴욕 맨해튼의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한다. 마두로 대통령과 함께 체포된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도 법정에 동석한다.

미 법무부는 전날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공소장을 공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3월 마약 밀매와 돈세탁 등 이른바 ‘마약 테러리즘’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번 공소장은 기존 혐의를 보완한 것이다. 새 공소장에는 플로레스 여사와 아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 등 가족과 핵심 측근들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마두로 경호팀 대부분 미군에 피살…“사망자 80명”=베네수엘라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압송 과정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부 장관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작전을 강하게 규탄하며 “이 범죄는 마두로 대통령의 경호팀 대부분인 군인들과 무고한 민간인들이 냉혈하게 살해된 뒤 자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로드리게스 부통령의 권한대행 수행을 지지하며, 군이 전국적으로 동원돼 주권을 수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는 베네수엘라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군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마두로 대통령 경호 인력과 민간인을 포함해 80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는 사망자 수가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에서 미군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많은 쿠바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마두로를 보호하고 있었다”며 마두로 대통령을 경호하던 쿠바 인력 가운데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음을 시사했다.

한편 미 정치권에서는 미군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격 체포 및 압송 작전을 두고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작전 수행을 결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과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 작전을 벌인 것을 맹비난했다.

반면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독재자이자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것을 환영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