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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실물자산에 투자…유동성 불어넣을 토큰화

현재 RWA 거래량 80% 국채·MMF 몰려
블랙록 ‘비들’ 토큰화 국채시장 점유율 1위

부동산·증권부터 선박·항공·원자재 확산
2차시장·스테이블코인 결합 유동성 높여


금융 블록체인의 종착지는 모든 자산의 ‘토큰화(tokenization)’다. 스테이블코인은 대표적인 법정화폐·국채 토큰화 사례다. 이를 포함해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디지털화시킨 실물자산토큰화(RWA)는 자본 공급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다. 부동산, 예술품, 선박, 항공, 원자재 등 접근하기 어렵던 자산에도 일반인의 지분 투자가 가능해지면서다. 24시간 운영되는 시장에 다양한 투자자들이 참여 가능해지면서 유동성 유입도 예상된다.

▶토큰화 시장 연 ‘국채·MMF’…미국 주도, 유럽·일본도 채비=현재 토큰화 시장 거래량의 80% 이상은 미국 국채, 머니마켓펀드(MMF)다. 빠르게 채택되는 분야는 초단기 국채,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초저위험 단기 자산에 투자하는 MMF다. MMF는 펀드 중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유동성이 높은 장점으로 인해 글로벌 주요 금융기관의 토큰화 실험 무대가 됐다.

기존 MMF는 환매 시 통상 1~2일 걸리고 환매 요청도 거래 시간 중에만 가능하다. 토큰화한 MMF는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환매 없이 자산을 이전할 수 있다. 평균 이자율 역시 3.79%(지난해 12월 25일 기준)로 미국 기준금리(3.75%)를 소폭 상회한다.

일찌감치 토큰화 시장에 진출한 블랙록은 미 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MMF의 지분을 토큰화한 비들(BUIDL)을 지난해 3월 말부터 운영하고 있다. 비들은 출시 직후부터 USDC 발행사 써클을 제치고 토큰화 국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RWA 분석 플랫폼 RWA.xyz에 따르면 비들의 총 자산가치는 17억3300만달러(지난해 12월 25일 기준)로 토큰화 국채 시장(89억9000만달러)의 19.4%(1위)를 차지하고 있다. JP모건도 지난해 12월 15일 자체 토큰화 MMF인 ‘MONY’를 출시하며 RWA에 진출했다. BUIDL이나 MONY 같은 ‘예치형 토큰’ 형태는 보유만 하고 있어도 이자 수익이 새로운 토큰으로 매일 자동 지급되거나 토큰 가치에 즉시 반영된다.

유럽과 일본도 미국 중심 토큰화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려 발행·결제·수탁까지 단일 표준으로 통합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 3~4분기께 유로 시스템 결제 인프라와 민간 분산원장(DLT) 플랫폼과 연결하는 ‘폰테스(Pontes)’를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중앙은행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공식 금융 인프라에 접목한 중요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미쓰비시UFJ 파이낸셜그룹은 올해 단기 국채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MMF를 상품화할 예정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자산과 담보자산의 기능을 수행하는 국채는 디지털자산 생태계에서 국채토큰의 형태로 핵심적인 기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공공부문 주도로 채권토큰 발행 프로젝트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국채토큰의 발행 기반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2차 시장’ 형성 유동성 창출…“스테이블코인과 결합 시 양방향 결제”=토큰화는 주식, 부동산, 금 등 다양한 자산으로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은 국채·MMF에 다음으로 주목받는 시장이다. 매입 시 상당한 투자금이 필요하고, 재판매에는 수년이 걸리는 ‘무거운 자산’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토큰화하면 투자자는 디지털자산을 구매하듯 가령 건물의 0.01% 지분만큼도 구매 가능하다. 아직 지역별 규제가 불명확해 국경을 넘나드는 부동산 투자가 원활하지 않지만, RWA 시장이 규제 아래 성숙화 단계에 진입하면 펼쳐질 미래다.

유동성도 원활해진다. 부동산을 토큰화한 뒤 수백 개 디지털 토큰으로 나눠 ‘2차 시장’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 또는 소유주는 한 명에게 판매하지 않고 여러 투자자에게 토큰을 판매해 자금을 빠르게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는 구매한 토큰을 거래소에서 매매하는 방식으로 유동화가 가능하다. 미국 콜로라도의 아스펜 세인트 레지스 리조트는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부동산 자산운용사 엘리베이티드 리턴즈는 이 리조트를 1800만달러 규모의 ‘아스펜 코인(Aspen Coin)’으로 토큰화해 판매했다. 이를 구매한 소액 투자자들은 디지털 증권 거래소(tZERO ATS)에서 재판매했다.

증권도 토큰화해 매매되고 있다. 증권을 추종하는 토큰화된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사고파는 식이다.

24시간 및 소수점 거래가 가능해 접근성은 제고된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크라켄은 토큰화 증권 플랫폼 ‘엑스스톡’(xStocks)을 통해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아마존 등 미국 주식과 SPDR S&P500 트러스트(SPYx),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x) 등 ETF까지 60개 이상 토큰 증권을 거래하고 있다. 로빈후드는 유럽연합(EU) 전용 디지털자산 플랫폼 ‘로빈후드 스톡 토큰스’를 통해 200개 이상 토큰화한 주식과 ETF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금, 예술품, 항공, 선박, 원자재 등 토큰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도이치뱅크 리서치에 따르면 전체 토큰화 시장(스테이블코인 포함) 규모는 지난해 11월 기준 약 3310억달러로 2019년 12월 약 40억달러 대비 6년 만에 8175% 증가했다.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시장은 아직 330억달러 규모지만 2030년에는 1조5000억~2조달러 규모로 관측된다.

토큰화는 ‘프로그래밍(프로그램 작성)’이 가능해 자동화한 거래 구현이 가능하다. 사전에 설정된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거래되도록 규칙(스마트 컨트랙트)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이 과정에서 핵심 인프라로 쓰인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은 “토큰화된 자산과 토큰화된 화폐(스테이블코인) 간 결합 시 양방향으로 즉각적인 결제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그동안은 주식은 주식, 부동산은 부동산, 현금은 현금으로 떼어놓고 봤지만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생태계가 융합되면서 자산의 유동성은 굉장히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유동현·경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