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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중의 별이 졌다”…故 안성기 빈소 추모 행렬 이어져

“별 중의 별이 졌다”…늦은 밤까지 조문 행렬
60년지기 조용필·‘영원한 콤비’ 박종훈 한달음
‘기쁜 우리 젊은 날’ 속 따뜻한 미소로 마지막 길
“영화계가 모두 안성기에게 큰 빚을 졌다” 애도

 
배우 안성기의 빈소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영화감독들은 안성기 선배와 일해보는 게 로망이거든요. (그는) 정말 위대한 배우이고 위대한 인격체죠.”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故) 안성기 배우의 빈소에서 만난 김성수 감독은 따뜻한 선배였고,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찬 배우였으며, 누구보다 솔선수범하는 한국 영화의 리더였던 고인과의 기억을 하나씩 곱씹었다.

김 감독은 안성기와 박광수 감독의 ‘베를린 리포트’(1991)에서 연출부와 톱배우로 처음 만나 영화 ‘무사’(2001)를 함께했다. 안성기는 ‘무사’로 데뷔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안성기는 당시 수상 소감으로 “영화 속 캐릭터 진립은 주변을 보듬고 다 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만드는 인물”이라며 “배우로서 내 역할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감독이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배우 안성기는 자신이 생각하는 배우로서 역할과 본분을 잊지 않는 사람이었다.

“개런티(출연료)를 제일 먼저 동결한 사람이 안 선배예요. 10년이나 자진해서 출연료를 동결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왜 그러시냐 물었더니 ‘영화를 사람들이 좋아하고, 영화하는 우리에 대한 생각도 좋아지고 있으니, 나라도 잘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참…. (탄식)”
5일 배우 안성기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연예계 및 각계에서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장례 첫날, ‘국민 배우’ 안성기의 빈소는 늦은 밤까지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한 각계 인사들로 북적였다. 안성기는 이날 오전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년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뿔테 안경을 쓰고 부드러운 눈빛과 온화한 미소를 잔뜩 머금은 40여년 전 앳된 모습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1987)의 포스터 사진인 그의 영정사진은 고인과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부인 오소영 씨는 “안성기의 모든 것이 담긴, 가장 안성기다운 모습”이라면서 “많은 이들이 고인의 찬란하게 빛났던 모습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고인의 소속사 설립자이자 후배 배우인 이정재와 정우성은 장례식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직접 조문객을 챙겼다. 한국 영화계의 큰 기둥을 잃은 침통함과 아쉬움 속에서도 그의 배우 인생을 함께한 영화계 원로, 동료와 후배, 그리고 문화계 안팎에서 안성기와 인연을 나눈 조문객들은 그와 함께한 추억들을 나누며 오랜 시간 빈소를 지켰다.

안성기의 ‘영원한 콤비’ 박중훈은 일찌감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그는 고인과 ‘칠수와 만수’(1988), ‘투캅스’(1993),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라디오스타’(2006) 등을 함께했다. 박중훈은 “슬픔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며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 안성기의 빈소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40년 동안 선배님과 같이 영화를 찍고 했다는 것도 행운이고 그런 인격자분과 함께 있으며 좋은 영향을 받은 것도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선배님이 영화계에 끼친 영향, 또 선후배 동료들에게 주신 사랑을 잊지 않고 잘 간직하겠다”며 추모했다.

60여년 지기인 ‘가왕’ 조용필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았다. 전국투어 막바지 일정을 소화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한달음에 빈소로 달려와 고인에 대한 각별함을 드러냈다. 조용필은 학창 시절부터 고인과 친분을 유지했고,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된 이후에도 교류를 이어왔다. 그는 “성기야 또 만나자”라며 친우를 향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조용필은 “어렸을 때부터 참 좋은 친구였다. 성격도 좋고, 같은 반 제 옆자리였다. 집도 비슷해서 같이 걸어 다니고 그랬다”면서 “(영정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 학교 끝나면 항상 같이 다녔다”며 추억했다.

그러면서 “(안성기가) 너무 아쉬움을 갖지 말고 (하늘에) 올라가서도 편하기를 바란다. 가족들도 있으니 저 위에 가서라도 남은 연기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영화계에 별이 하나 떨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가라. 가서 편안히 쉬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며 애도했다.
가수 조용필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우 안성기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계 원로 임권택 감독도 하늘의 별이 된 국민 배우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임 감독은 고인이 아역으로 나왔던 ‘십자매 선생’(1964)을 비롯해 ‘만다라’(1981), ‘태백산맥’(1994), ‘화장’(2014) 등을 함께 했다.

임 감독은 빈소를 나서며 “(안성기는) 좋은 사람이자 연기자로서 정말 충실했던 사람이다. 그렇게 살아내기 쉽지 않다”면서 “현장에서 만나면 늘 편안하고, 연출자로서 연기자에 관해 가질 수 있는 불안한 것들이 조금도 없었던 훌륭한 배우였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도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계 관련 행사를 살뜰히 챙기기로 유명했던 안성기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부집행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 1회 개막식 사회를 맡고 이후 15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배우”라며 “배우로서뿐 아니라 영화계를 위해 역할을 했던 분”이라며 고인을 기억했다.

고인과 친형제처럼 지냈다는 가수 태진아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개런티 없이 아들인 가수 이루의 뮤직비디오에 두 번이나 출연해 준 고인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말도 전했다. 태진아는 “어떻게 보면 오늘날 태진아가 회사를 가질 수 있게 발판을 만들어 주신 분”이라며 고인을 설명했다.

그는 “혹시라도 내가 드라마 제작을 하면 (안성기가) 꼭 출연해 준다고 했다. 정말 드라마 제작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결국 못했다)”면서 “우리 가요계, 영화계 모든 분야를 통틀어 연예계의 별 중의 별이 졌다. 지금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5일 별세한 배우 안성기의 서울성모병원 빈소에 금관문화훈장이 놓여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빈소를 찾은 임진모 문화평론가는 고인에 대해 “한국 영화 관객 수요를 획기적으로 만들고 영화 산업을 대폭 끌어올린 분”이라고 설명하며 “특히 영화와 관련해 우리 모두가 안성기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거장이 타계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외에도 강우석, 이준익, 류승완, 이명세 감독을 비롯해 최수종, 권상우, 조인성, 진선규, 이덕화, 정진영, 김형일, 이진충, 신현준, 김규리, 방송인 박경림, 가수 바다 등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정·재계 인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현직 대통령들이 전한 근조 화환들도 빈소 곳곳에 자리했다.

최 장관은 이날 빈소에서 고인에게 대중문화계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2005년 보관문화훈장, 2013년 은관문화훈장에 이어 고인에게 수여된 세 번째 훈장이다.

최 장관은 “(금관문화훈장은) 우리나라 문화 분야에서 가장 큰 훈장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 큰 업적을 남기신 분들의 뜻을 기리는 중요한 훈장”이라며 “우리 마음속에 이렇게 기억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을 하셨다”고 훈장 추서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5일 서울 중구 충무로 서울영화센터에 마련된 ‘국민 배우’ 고 안성기를 추모하는 공간에서 조문객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

이어 최 장관은 “한국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배우가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난 것에 대해 깊은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언제나 늘 낮은 곳부터 챙겨주셨던 ‘국민 배우’ 안성기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추모했다.

팬으로서 빈소를 찾았다는 조국 대표는 “조문을 하게 되니 마음이 쓸쓸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고, 아나운서 시절 고인과 인연을 맺은 배현진 의원은 “국민들에게 베푼 만큼 하늘나라에서 더 큰 사랑을 받아 안식했으면 좋겠다”며 명복을 빌었다.

일반 시민을 위한 조문 공간도 서울 영화센터에 마련된다. 오는 8일까지 오전 10시~오후 6시에 조문할 수 있다.

박상원 장례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은 고인의 추모 공간과 관련해 “일반 시민분들의 문의도 많이 와서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면서 “유족이 동의해 주셨고, 여러 장례위원이 숙고 끝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장례는 (재)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닷새간 진행된다. 이정재와 정우성 등 후배 영화인들이 운구를 맡을 예정이다. 발인은 1월 9일,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