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유력…금융권 더 센 ‘관치금융’ 우려

재경부 공운위, 부처 의견 취합 중
공공기관 지정 땐 정부 경영평가 대상
정치권선 “기정사실화” 목소리 나와
이찬진 금감원장 “옥상옥” 재차 반대
금융권선 투명성 확대 기대감과 함께
‘관치 금융’ 부활에 대한 우려도 제기

금융감독원 [헤럴드 DB]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17년 만에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재지정 여부가 이달 말 결정된다. 금감원이 감독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현재 공공기관 지정이 유력한 쪽으로 관측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으로 정부 입김이 세지면 ‘관치금융’이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정부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금감원의 신규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재경부 장관은 매 회계연도 개시 후 1개월 이내에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심의·의결하도록 돼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공운위를 앞두고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부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며 “모든 공공기관에 대해 지정 여부를 재검토하는 과정으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도 안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금융당국 조직개편의 하나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당한 검사·감독 권한을 가진 금감원에 대한 외부 감시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이관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만드는 개편안은 최종 철회됐지만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남은 불씨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출연금으로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그간 공공기관에서 제외돼 왔다. 지난 2007년 비교적 통제 수위가 낮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독립성·자율성 보장 등을 이유로 지정 2년 만인 2009년 해제된 바 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공운위의 공공기관 운영 지침에 따라 매년 정부의 경영 평가를 받게 된다. 해당 지침에 따라 예산, 인사, 경비 등을 운용해야 하며 불이행 시 페널티를 받는다. 금융감독 업무에 대해선 금융위가 그대로 지도·감독한다. 금융위의 통제를 받으면서 재경부의 입김까지 강해지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 중에서도 공기업 또는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될 경우에는 이사회 구성 의무가 생기는 등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이슈는 금감원 내부 문제나 금융권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불거져 왔다.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2013년 동양그룹 부실 사태, 2017년 금감원 채용 비리, 2020년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이복현 전 원장 시절 금융위와의 정책 메시지 엇박자, 국회 자료 제출 거부 등 월권 논란과 연이은 금융사고에 대한 사전 감독 실패 및 소비자 보호 미비 지적 등이 촉매제가 됐다.

이미 정치권을 중심으로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이 기정사실화돼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여당이 공공기관 지정 의지를 굽히지 않은 데다 야당도 뚜렷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힘이 너무 세다”며 “종전 조직개편은 다른 중요 법안 처리 때문에 접은 것으로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의견이 바뀐 건 아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상위 조직인 금융위는 공운위에 의견을 전달하기에 앞서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의 독립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대외적으로 공공기관 지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워낙 커서 양쪽 의견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 땐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된다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기존 금융위 산하 구조에 재경부 관리까지 추가되는 ‘옥상옥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지정 반대 의사를 밝혀온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금감원은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예산과 조직, 재정에 관한 자율성이 없다. 한국은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며 “옥상옥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을 못 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독립성, 자율성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가치로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다”면서 “아마 안 될 것으로 기대하고 예상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했다는 점 등을 금융위 등에 적극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더욱 엄격한 경영평가 등을 받게 되면 투명성이 강화될 수 있겠지만 더 경직될 수도 있다”며 “금융사 입장에선 관치 금융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