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콜롬비아·쿠바·멕시코·이란 등 압박
그린란드 병합론 재점화…북극권·중동까지
콜롬비아 “위협땐 무장” 멕시코 “주권침해”
그린란드 “무례”…덴마크·EU는 집단 대응
임시 대통령 된 베네수엘라 부통령 “고통”
![]() |
| 축출된 니콜라스 마두로(왼쪽에서 두 번째)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 뉴욕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두한 모습을 스케치한 이미지. 그는 자신이 “납치됐다”면서 “나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AFP] |
![]() |
| 델시 로드리게스(56·왼쪽)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5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 있는 베네수엘라 국회의사당에서 친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60) 국회의장 앞에서 임시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FP]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며 군사 개입의 문턱을 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콜롬비아·쿠바·멕시코·이란을 잇달아 거론한 데 이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병합론까지 재점화하면서 ‘돈로 독트린’을 전방위 확장하고 있다. 중남미에서 시작된 트럼프식 ‘힘의 외교’가 북극권과 중동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국가 안보 관점에서 그린란드는 미국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기존 주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그린란드는 러시아와 중국 선박으로 가득 차 있고, 덴마크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덴마크의 안보 역량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렸다. 덴마크가 그린란드 방어를 위해 “개썰매 하나를 추가했다”고 조롱한 발언까지 알려지며, 파장은 단숨에 유럽 전역으로 번졌다.
그린란드 자치정부와 덴마크는 즉각 반발했다.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SNS를 통해 “더 이상의 압박도, 암시도, 병합 환상도 용납할 수 없다”며 “대화는 가능하지만 국제법을 존중하는 틀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닐센 총리는 특히 백악관 측근이 성조기가 그려진 그린란드 지도를 올리며 도발하자 “무례한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역시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원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만약 미국이 나토 동맹국을 공격한다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유럽연합(EU)과 주요 유럽 국가들도 일제히 덴마크 지지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도 표적 국가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겨냥해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병든 자가 통치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향후 군사 작전 가능성에 대해 “좋게 들린다”고 말해 파장을 키웠다. 콜롬비아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주권을 침해하는 위협”이라고 맞섰고, 중남미 좌파 진영에서는 ‘다음은 우리 차례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쿠바를 두고서는 베네수엘라가 지원하던 자금이 끊기기 때문에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우리가 논의할 대상이 될 것”이라며 “쿠바는 실패한 국가”라고 했다. 멕시코 역시 간접적인 압박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을 통한 마약과 불법 이민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백악관 주변에서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대한 국경 밖 군사 대응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내정 간섭과 주권 침해는 용납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중동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 과정에 민간인 학살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시위대를 구출하러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직접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이란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도 강하게 반발했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사례가 이란 문제에서도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주변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중남미 우파 정권들은 미국이 좌파 독재로 무너진 베네수엘라를 구출했다면서, 베네수엘라가 앞으로 큰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다만, 양측은 모두 이번 공격이 좋든 나쁘든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의 중심이 됐음을 보여준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는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개입에 대응해 공동 대응을 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르투로 사루칸 전 주미 멕시코 대사는 중남미 지역 전반에 걸쳐 당파적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이 강경한 접근 방식을 취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 간 대미 정책의 엇박자로 인해 미국이 향후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정권 교체를 목표로 군사 작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미국으로 압송된 마두로 대통령의 부재로 델시 로드리게스(56)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통치권 수행을 위해 5일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하루 전 미국의 엄포에 “적극 협력”을 언급했던 로드리게스는 이날 임시 대통령을 취임한 자리에서 다시 마두로를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등 ‘마두로 충성파’의 모습을 고수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이날 카라카스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임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뒤 “저는 미국에 인질로 잡힌 두 영웅,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