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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배지 [연합]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열린 2026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 인공지능(AI)이 변호사를 포함한 문과 전문직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노동시장의 현주소’ 세션에서 윌리엄 비치 전 미국 노동통계국장은 “앞으로 법조계로는 절대 진로를 정하면 안 된다”며 “로펌들은 법대 출신 신입 변호사를 더 이상 뽑지 않고, 인공지능에 리서치를 시키면 된다는 입장” 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의회 예산 분석도 AI가 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AI가 전문직을 어떻게 대체했는지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경제 석학들도 미국 노동시장이 이제 더 이상 사람을 뽑지 않고, 업무를 대체하는 단계로 접어들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입을 모았다. 비치 전 국장은 ‘컴퓨터 시스템 디자인’ 업계의 고용 데이터를 근거로 들며 “경기 침체도 아니고 기업 생산성은 10년 내 최고 수준인데 신규 채용만 20만명 줄어들었다”며 “기업들이 코딩, 설계, 법률 리서치 같은 핵심 업무를 AI에 맡기면서 고용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리사 칸 로체스터대 교수는 “빅테크 기업들이 채용을 축소하면서 이공계 인재들이 하향 지원을 하고, 그 결과 인문계 인력은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구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서도 AI 확산…신입 변호사 채용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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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법률비서 서비스 ‘슈퍼로이어’ [로앤컴퍼니] |
이 같은 변화는 한국에서도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최초 상용 법률 AI 서비스 ‘슈퍼로이어’는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약 17개월 만에 가입자 수 1만9000명을 돌파했다. 유료 서비스임에도 국내 등록 변호사의 절반가량이 사용 중이며, 누적 질의·요청 건수는 300만건을 넘겼다.
법조계에서는 “어설픈 1~3년 차 변호사를 쓰는 것보다 AI를 활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AI 활용 분야는 법률 리서치, 서면 초안 작성, 사건 기반 대화 순으로 나타났다. 이용자의 95.2%는 “동료 변호사에게 추천하겠다”고 답했고, 94%는 업무 효율 향상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 등 대형 로펌들도 판례와 법률 문서를 자동 분석해 서면 초안을 작성하는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중소 로펌 역시 엘박스 등 AI 플랫폼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법원도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AI 재판연구관’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AI 확산은 채용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국내 10대 로펌의 신입 변호사 채용 인원은 2022년 296명에서 지난해 227명으로 23.3% 감소했다.
“대체 아닌 보완 도구…AI의 분명한 한계”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AI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뉴욕주 변호사협회는 “현재 AI는 위협이라기보다 변호사의 업무를 보완하고 향상시키는 도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AI는 속도와 확장성, 방대한 데이터 분석에는 강점이 있지만, 법률 업무가 요구하는 해석적 판단, 대인 신뢰, 윤리적 고려까지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뉴욕주 변호사협회는 “법정에서 변호하고, 직접 대면하여 거래를 협상하고, 경험, 인간적 통찰력 및 공감이 필수적인 고객에게 조언하는 변호사의 본질적인 역할을 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AI가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인용하거나 전혀 관련성 없는 판례를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은 AI가 생성한 허위 판례를 법정에 제출한 변호사에게 제재를 가했다. 이 변호사가 제출한 의견서에 인용된 판결 5개는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크리스 하워드 국제변호사협회(IBA) 미래 법률 서비스 위원회 공동 부위원장은 비용 효율적이고 신속한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이 의뢰인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지만 “허위 판례 인용과 같은 수많은 부정행위 사례들이 그에 따른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