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반도체 호조에 올해 성장률 1.8→1.9% 상향…“건설투자 회복은 아직”

서비스업 중심 완만한 경기 개선흐름 반영
위험요인으로 美관세 정책 불확실성 지목
“경기 상황 예상대로면 추경 필요성 적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9%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수출 증가와 민간소비 회복을 반영한 결과다. 다만 지방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건설투자 전망은 기존의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

KDI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


KDI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이번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수준이며, 한국은행(1.8%)보다는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와 정부(2.0%)보다는 낮다.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경기 호조가 수출·민간소비·설비투자를 모두 개선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증가율은 2.1%로 예상했다. 이전 전망보다 0.8%포인트 높지만 미국 관세 인상 영향으로 지난해(4.1%)보다는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는 지난해 1231억달러보다 확대된 1488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소비는 누적된 금리 인하 효과와 실질소득 개선에 힘입어 지난해 1.3%보다 높은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관련 투자가 크게 늘면서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직전 전망보다 0.4%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투자 증가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건설투자는 0.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제시됐다. 이는 직전 전망보다 1.7%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정부가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2.4% 전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수주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지방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실제 공사 착수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반도체 경기가 수출과 설비투자를 직접적으로 확대시키고 일부 소비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지만, 건설투자에서는 회복 신호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하면 전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1.6%)을 웃돌며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와 같은 2.1%로 제시했다. 다만 소비 회복 영향으로 근원물가는 2.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취업자는 17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직전 전망보다 늘었지만, 생산가능인구 감소 영향으로 지난해(19만명)보다는 증가폭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실업률은 2.8%로 지난해와 동일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전망은 원화 환율이 최근 수준(달러당 약 1456원)에서 큰 변동이 없고, 원유 도입단가가 배럴당 64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제시됐다. 관세 우려가 있었던 지난해와 달리 AI 기대 확대로 세계 경제 흐름이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올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는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관세가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경우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AI 투자 열기가 조정될 가능성과 환율 변동성 확대 역시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환율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경기 상황이 예상대로 전개된다면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현재 기준금리 2.5% 수준은 경기 중립 수준에 가까워 특별한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큰 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