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황기연 “시중은행의 생산적 금융 견인이 수은의 역할”

수출입은행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포용, 모험, 인내 관점서 금융 지원”
통상위기 극복, 전략산업 육성 등에 방점
지방 중소기업 지원 통해 균형 발전 유도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수은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포용과 모험, 인내의 관점에서 금융을 업그레이드하고 시중은행의 생산적 금융을 견인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황 행장은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취임 100일을 기념해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수은의 설립 목적 자체가 생산적 금융”이라며 “수도권 대기업부터 지방의 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 금융기관이 앞다퉈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수은의 차별점에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출 중소기업에 온기가 퍼져 나갈 수 있는 포용성 있는 금융”이라고 답했다. 이어 “비수도권 중소기업에 최대 2.2%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려고 하는데 이는 중소기업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수익을 굉장히 줄이면서 지원하는 부분”이라며 “비금융 서비스로 산업 개편도 돕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민간은행 또는 민간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원전이나 방산, 조선과 관련해 (금융 지원을) 주도해 나가며 시중은행과 협력하려고 한다”면서 “항상 수출기업과 같이 웃고 울었던 것처럼 혁신산업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긴 호흡으로 인내금융을 해보겠다”고 역설했다.

황 행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중점 추진 전략으로 ▷통상위기 극복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및 상생성장 지원 확대 ▷국가전략산업 중점 육성 ▷핵심 공급망 구축 ▷신수출시장 개척 등을 제시했다.

우선 통상위기 극복을 위해 향후 5년간 150조원 규모의 ‘수출활력 온(ON·溫) 금융지원 패키지’를 시행할 계획이다. 그는 “기간산업, 유턴기업 지원 강화와 신시장 개척, K-컬처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한 포괄적 패키지를 도입해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수출 대도약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110조원의 금융을 중소중견기업에 지원한다. 특히 비수도권 소재기업에 대한 여신 공급비중을 35% 이상으로 확대해 지역성장 모멘텀을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1조3000억원 규모의 수출중소중견 지역주도성장펀드를 조성한다. 수은은 펀드 약정 금액(2500억원)의 1.5배 이상을 지역기업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수은 제공]


아울러 황 행장은 “인공지능 대전환(AX)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에 22조원을 투입하고 인공지능(AI) 분야 유망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벤처펀드 등 투자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첨단 산업의 원천기술 확보와 설비투자에 대해 5년간 5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K-조선 초격차 경쟁력 유지와 방산·원전 등 대규모 전략 수주 산업에 5년간 10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민간 금융이 전략수주 산업 지원에 참여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도입을 준비 중인 전략수출금융기금 등 다른 정책기금과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고위험 장기 프로젝트는 전략수출금융기금이 맡고 국가신용등급상 금융지원이 가능한 부분은 수은이 계속 담당할 것”이라며 “원전같이 규모가 굉장히 큰 경우에는 전략수출금융기금과 수은이 같이 역할을 하는 부분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긴장으로 중요성이 더욱 커진 공급망 지원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황 행장은 “중소중견 공급망 기업의 특별 지원 대출한도 500억원을 운영하고 2500억원 규모의 ‘핵심광물·에너지 펀드’를 조성해 우리 기업의 공급망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우리 기업의 경제 확장을 위한 글로벌 사우스 진출 지원 강화 행보도 이어간다. 그는 “현재도 수은 전체 여신의 약 45%를 개도국 관련 사업에 지원하고 있다”며 “다양한 정책자금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시장과 생산기지 등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확대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지난해 12월 수은법 개정으로 수은의 벤처캐피털 등 다양한 간접투자가 가능해졌고 직접투자에서도 대출·보증 연계 의무가 폐지됐다. 황 행장은 “올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전문인력 확보와 기존 직원의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속도감 있는 성과를 내도록 얘기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하반기 중 직제 개편 등도 진행될 전망이다.

황 행장은 현장 행보를 적극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평택을 시작으로 창원, 오송, 영천, 울산 등 전국을 돌며 현장 밀착형 경영을 펼쳐왔다.

그는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는 신념으로 중소중견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와 정책 제언을 듣고 있다”며 “현장 고충에 대한 제도 개선은 그때그때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실제 수은은 5년의 대출 기간이 짧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이를 장기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수은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황 행장은 “올해는 향후 50년, 100년의 수은을 그려야 하는 한 해”라며 “반도체, 조선, 방산처럼 잘 나가는 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석유화학이나 철강, 배터리처럼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이 체질 개선을 통해 글로벌 사우스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 활로를 찾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수도권 대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지방의 중소협력사, 수출중소기업은 굉장히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지역과 주요 산업 현장을 계속 찾아다니며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핵심 과제 이행을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