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관, 가상자산 보유 점검 의무화
빗썸의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후속 조치로 금융당국이 11일부터 빗썸 제외 주요 4대 거래소(업비트·코인원·코빗·고팍스)에 대한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당국은 이번 사태로 거래소 내부통제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에 외부기관을 통한 가상자산 보유 현황 정기 점검 의무화를 포함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11일 본지가 입수한 ‘빗썸 사태 긴급 현안질의’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빗썸을 포함한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보유·운영 현황과 내부통제 전반에 대한 점검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전날 빗썸에 대한 현장점검을 검사로 전격 전환한 데 이어 11일부터는 다른 거래소 4곳에 대한 조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금융위·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가상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공동으로 구성한 ‘긴급대응반’을 주도로 4대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현장 점검이 이뤄진다. 빗썸이 검사 단계로 전환된 만큼 당국 인력은 빗썸에 집중되고, 다른 거래소 점검은 DAXA 중심으로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검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검사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FIU와 금감원은 빗썸을 대상으로 이용자 보호 및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고액 거래 발생 시 이상거래탐지 체계 구축 여부 등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전반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사고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늑장 보고와 공지 지연 문제도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빗썸은 비트코인 오지급 사실을 7일 오후 7시 20분 인지했지만 금감원에는 1시간 11분이 지난 오후 8시 31분에야 구두 보고했다. 이용자 공지까지는 5시간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오지급 사고로 인한 투자자 피해 규모를 면밀히 파악하고 신속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앞서 빗썸은 비트코인 가격 하락 과정에서 저가 매도한 이용자에 대한 보상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이용자들이 담보가치 하락으로 강제 종료된 사례가 추가로 확인됨에 따라 관련 피해도 함께 점검할 예정이다.
당국은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DAXA 자율규제 개선과 2단계 법안 반영 필요사항 검토에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가상자산 관련 법은 불공정거래 규제와 이용자 자산 보호 등 ‘1단계 기본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거래소의 시스템 운영이나 업권 전반을 직접 규율할 장치는 자율규제나 가이드라인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에 DAXA의 자율규제 개선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보험·증권 등 기존 금융회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부통제 제도를 갖추도록 법제화돼 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내부통제 책임과 경영진 책임을 강하게 물을 수 있지만 거래소는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외부기관이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빗썸 사태를 계기로 코인 매매 때 장부상 잔고만 변경하는 거래 방식(장부 거래)의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전산 사고 등으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거래소에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해당 입법 방향은 정치권에서도 이견이 없어 2단계 입법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까지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이달 내 국회 내에 발의하겠다고 했다. 유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