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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증시가 뜨거운 열기 속에 있다. 주요 지수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그동안 관망하던 투자자까지 증권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수익 추구라기보다 ‘놓치면 안 된다’라는 두려움, 즉 ‘포모(FOMO)’가 ‘기대’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나타난 결과에 가깝다. 주변의 수익 사례, 가파른 주가 상승, 언론에 반복 노출되는 ‘지금이 기회’라는 표현은 투자자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국면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시장이 과열됐다는 건 상당한 기대가 이미 가격에 먼저 반영됐음을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시장이 어디까지 상승할지 맞히는 게 아니다. 문제는 많은 투자자들이 이 시점에서 기업의 가치가 아니라 상승하는 시장을 추종하듯 ‘시장 자체’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뒤늦게 진입하는 투자자는 미래의 성장을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과거 수익을 더 높은 가격에 사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단기 시장 방향을 예측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주가는 기업 실적, 경제 여건, 유동성, 정책, 심리 등 수많은 변수의 결과이며, 이 중 상당수는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전문가조차 일관되게 타이밍을 맞히기 어려운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믿음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에서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자신의 판단이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시장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시장의 변동성이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왔다는 점이다. 지금은 흥분 속에서 추격 매수에 나설 때가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위험을 재정렬해야 할 시점이다.
둘째, 규칙 기반의 투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분할 매수, 정기적 리밸런싱, 자산 비중 조절과 같은 규칙은 투자자의 감정을 통제하는 장치다. 시장이 과열될수록 감정은 투자자의 최대 적이 된다. 규칙은 감정을 이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도구다.
셋째, 자산 배분이라는 안전장치를 점검해야 한다. 시장이 높은 수익을 제공할수록 모든 자금을 주식에 집중하고 싶은 유혹은 커진다. 그러나 투자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개별 종목 선정이나 타이밍이 아니라 자산 배분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주식, 채권, 현금, 대체자산의 비중을 사전에 정하고, 시장 환경과 무관하게 이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 성과의 기반이다. 자산 배분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력이기 이전에, 손실을 통제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최근 1년간 코스피200 지수는 100을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미국과 유럽 증시를 크게 웃돌았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 속에서 금 가격 또한 연간 70% 이상 급등했다. 반면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 우려로 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이처럼 자산별 성과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국면에서는, 기업이 이익이 발생하면 일부를 유보금으로 적립하듯 개인 투자자 역시 수익에 이바지한 자산 일부를 회수해 ‘금고’에 옮겨 둘 필요가 있다. 그 금고는 현금일 수도 있고, 채권이나 대체자산일 수도 있다. 이렇듯 안전자산의 확보는 향후 시장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시장에 참가하고 싶은 충동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시장이 아니라 투자자가 흥분하는 순간이다. 시장이 뜨거울수록 원칙은 강화돼야 하며, 원칙이 단단할수록 시장의 변동성은 위협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변수로 바뀐다.
결국 투자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시장의 정점을 맞히는 사람이 아니다.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원칙을 지켜내는 사람이다.
김영길 신영증권 자산관리솔루션부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