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담합 적발땐 ‘가격 재결정 명령’

정부, 20년만에 가격 재결정 카드
2006년 밀가루 담합때 한차례 적용
고물가 장기화에 관계장관 TF 가동
구윤철 “장바구니 무게 확실히 덜것”
관계 부처 합동 현장조사·정보공유


경기 지표가 개선됐음에도 체감 물가 부담이 이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가 장관급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고물가 관리 총력전을 펼친다. 민생물가 부담이 큰 품목에서 담합이나 독점력 남용이 확인되면 가격을 되돌리는 ‘가격재결정명령’까지 동원해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006년 이후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던 가격 결정 개입 카드까지 꺼내면서 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을 열고 “서민생활과 직결된 먹거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민생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오늘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를 출범시키고 모든 행정역량을 집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6면

TF는 경제부총리(의장), 공정거래위원장(부의장)을 중심으로 ▷불공정거래 점검팀 ▷정책지원 부정수급 점검팀 ▷유통구조 점검팀 등 3개 팀으로 운영된다. 우선 불공정거래 전담팀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팀장을 맡고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반’과 ‘현장조사반’으로 구성된다.

전담팀은 독점 고착화 등으로 불공정행위가 우려되는 품목을 신속 선별해 중점 관리한다. 관리 대상은 이미 가격 수준이 높게 형성됐거나 가격 인상률이 과도한 품목 등 독과점적 지위 이용이 우려되는 품목이다.

불공정 우려 품목에 대해서는 공정위와 소관 부처가 합동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조사 결과 담합이나 독점력 남용이 확인되면 최우선으로 신속 처리하고 ‘가격재결정명령’ 등 가격을 되돌리는 조치도 시행한다.

‘가격재결정명령’은 지난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때 단 한 차례 적용됐다. 이 때문에 이번 카드는 그만큼 물가 안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물가를 원상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공정위가 가격재결정명령을 시정명령의 하나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시정조치 운영지침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대한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조사 초기부터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를 통해 협력 조사체계를 구축한다.

단속 이후 사후관리도 병행한다. 설탕·밀가루 등 불공정행위가 빈발하는 분야는 제재에 그치지 않고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 대상에 포함하고, 현장조사 품목은 TF 종료 시까지 매주 가격 추이를 살펴본다.

정책지원 부정수급 점검팀과 유통구조 점검팀도 가동된다. 할인 지원과 비축물량 방출 등 정책 이행 실태를 점검하고,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즉시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보완 방안도 신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할당관세로 낮아진 관세를 포탈하거나 허위신고 등 부정한 방법으로 물가안정 정책을 악용하는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소비자단체와 협업해 유통구조와 관련된 가격정보 분석과 정보공개 확대도 추진한다.

구 부총리는 “물가상승의 근본 원인을 찾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근원적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겠다”며 “장바구니 무게를 확실하게 덜어드릴 수 있도록 상반기 중 TF를 집중 가동해 시장질서를 회복하고 체감물가를 낮추겠다”고 말했다.

양영경·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