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초장기 채권 100년물까지…빅테크 AI ‘쩐의전쟁’ [이슈&뷰]

알파벳, AI 투자 올인
회사채 29조원 발행해 실탄 확보
기술기업 100년물 닷컴버블후 최초
xAI는 5조원 사모대출로 칩 선점
올해 빅테크 차입 585조원 전망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100년물을 포함한 200억달러(약 29조원)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설비에 대한 전례 없는 투자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한 ‘실탄 확보’ 성격으로, 투자자들의 주문이 몰리면서 빅테크 채권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알파벳은 투자자 주문이 몰리면서 미국 채권시장에서 20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달러화 회사채를 조달했다. 이는 당초 예상됐던 15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로, 발행 과정에서 1000억달러가 넘는 주문이 접수되며 증액이 이뤄졌다. 발행 채권은 만기가 서로 다른 7개 트랜치로 구성됐으며, 최장 40년물(2066년 만기)은 미국 국채 대비 약 0.95%포인트의 가산금리 수준에서 발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초기 논의 단계에서 거론됐던 1.2%포인트보다 낮은 수준이다. ▶관련기사 5면

알파벳은 달러화 채권 외에 스위스프랑화와 파운드화 채권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영국 시장에서는 만기 100년의 초장기채 발행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기업이 100년물 채권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영국 시장에서는 옥스퍼드대, 프랑스전력공사(EDF), 웰컴트러스트 등이 100년물 발행 사례로 꼽히며, 기술기업 중에서는 IBM이 1996년 달러화 100년물을 발행한 것이 거의 유일한 사례다. 닷컴 버블 이후 기술기업이 다시 100년물에 도전하는 셈이다.

이번 대규모 차입은 알파벳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 계획과 맞물려 있다. 알파벳은 지난주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AI 핵심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올해 자본지출(CAPEX)을 최대 185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3년간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회사 측은 AI 기술 발전으로 검색과 클라우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미 매출 확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AI 주도권 경쟁은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자본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도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출 확대를 선언했다. 오라클은 최근 채권 발행으로 250억달러를 조달했는데, 주문 규모는 1290억달러에 달해 기록을 세웠다. 모건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올해 차입액이 4000억달러(약 585조원)에 달하고, 이에 따라 전체 투자등급 채권 규모가 사상 최대인 2조2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알파벳의 채권 발행에도 투자자들은 우려보다 기대를 선택했다. 이번 거래에는 1000억달러(약 145조원)가 넘는 주문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앤드류 다소리 웨이브랭스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우리는 더 이상 통상적인 설비투자 사이클에 있지 않다”며 “과거 순저축 상태에 있던 기업들이 이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는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AI 스타트업 xAI는 공개 채권 대신 사모대출을 선택했다. xAI는 미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로부터 34억달러(약 5조원)를 조달하는 거래를 마무리 중이다. 정보기술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특수목적법인(SPV)이 아폴로에서 자금을 빌려 엔비디아의 AI 칩을 구매한 뒤 이를 xAI에 임대하는 구조다. 신용도가 아직 낮은 스타트업이 직접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점과, 모회사 스페이스X의 향후 상장 일정을 고려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 경쟁으로 ‘빚투(빚을 내 투자)’가 과열 상태에 도달해 향후 금융 시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집계에 따르면 5대 하이퍼스케일러 업체들은 작년 1∼11월 총 1210억달러(약 177조원)어치의 투자 등급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최근 5년간의 평균 연간 발행치(약 280억달러) 대비 4.3배에 달하는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