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신흥시장 넘어 새로운 성장 무대가 된 우즈베키스탄


2025년 8월, 약 4년 만에 두 번째 근무를 위해 다시 우즈베키스탄 땅을 밟았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처음 근무했을 당시만 해도 이곳은 ‘가능성’보다는 ‘잠재력’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나라였다. 그 시절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와 커피 전문점조차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 설명만으로도 답변이 충분했다.

한국에서 출장이나 여행으로 이곳을 찾은 이들 역시 우즈베키스탄의 풍경을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의 한국과 겹쳐 보곤 했다. 당시만 해도 우즈베키스탄은 글로벌 시장과 본격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신년 연휴에 타슈켄트 시내의 대형 쇼핑몰과 신도시를 둘러보며 그 기억은 단숨에 과거가 됐다. 넓고 현대적인 쇼핑몰에는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가 입점해 있었고, 주말을 맞아 쇼핑몰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과거라면 보기 어려웠을 고급 레스토랑과 세련된 카페도 이제는 도시의 일상이 됐다. 입점해 있는 브랜드 자체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러한 공간을 현지 사람들이 일상의 일부처럼 소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풍경은 특정 쇼핑몰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브랜드 하나 수입되는 것이 화제였지만, 이제는 쇼핑과 외식, 여가가 도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의 변화를 넘어 소비 여력을 갖춘 중산층의 성장과 생활방식 전반의 변화를 보여준다. 우즈베키스탄은 더 이상 ‘없는 것’을 세는 시장이 아니라, ‘무엇을 더 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러한 변화는 체감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의 빈곤율은 2023년 약 14% 수준에서 2024년 8.9%로 낮아진 데 이어, 2025년에는 5.8%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 역시 0.35에서 0.33으로 개선되며 소득 분포가 점진적으로 안정되는 흐름을 보인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연 5~6%대의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이 이어지고, 1인당 GDP 역시 꾸준히 증가하면서 가계의 실질적인 소비 여력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회복을 넘어, 소득 구조와 소비 기반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제 우즈베키스탄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과거에는 ‘시장의 성숙도가 낮아’ 접근이 어려웠다면, 이제는 ‘시장에 맞는 전략이 필요한’ 단계에 들어섰다. 가격 경쟁력만을 앞세운 접근보다는, 현지 소비 트렌드와 높아진 눈높이를 이해한 맞춤형 전략이 요구된다. 소비재 수출과 프랜차이즈 진출은 물론, 유통·물류·서비스 분야에서도 기회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아직 성장의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시장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기회는 남아 있다. 과거에는 이것조차 없던 나라에서, 이제는 이것도 갖춘 나라로 변화하고 있다. 높아진 우즈베키스탄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를,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품질, 신뢰로 채워줄 수 있다면 이곳은 단순한 신흥시장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무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우즈베키스탄은 그 변화를 함께 만들어갈 파트너를 기다리고 있다.

안승훈 코트라 타슈켄트 무역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