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K-방산, 美 전시회서는 안 보이는 이유? [비즈360]

내년 미국 최대 방산 전시회 참여 업체 無
주최 협회 가입비, 참여실적 등 문턱 높아
행사 입성해도 국가 협력 부재시 성과 불투명
10년 전 美 진출한 日과 대조적
“양국 방산협력 지렛대 필요”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글로벌 무대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국내 방산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아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진출의 첫 단추 격인 전시회 참석도 여의치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같은 아시아국인 일본은 일찌감치 전시회 참가는 물론 방산 관련 다양한 협력을 펼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시회 참가 요건이 까다로운 측면도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미국과의 방산 협력에 대한 논의가 미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美 최대 방산 전시회에 K-방산 참여 ‘0’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이하 방진회)는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4일까지 미국 메릴린드주에서 열리는 Sea Air Space(SAS) 2027 참여 희망 업체 접수를 받았으나, 한 곳도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방진회 관계자는 “해외 전시 참여 조사에 접수가 전혀 없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SAS는 미국해군연맹이 주최하는 미국 내 최대 방위산업 전시회로, 올해 61회째를 맞는다. SAS 2026에는 국내 기업으로선 최초로 HD현대중공업과 LIG넥스원이 ‘한국관’을 열어 참여한다. 그러나 이 두 기업도 내년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못했다.

이처럼 국내 방산기업들의 SAS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1차적으로 높은 진입 장벽 때문이다. SAS에 참가하려면 미국해군연맹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의 비용이 만만치 않다. 올해 참가하는 HD현대중공업·LIG넥스원도 방진회 자금 지원을 받았다. 전시회 부스 임차도 전년도 참여 업체부터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어 첫 참여시 전시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는 美 5개 전시회 중 중 3곳 ‘불참’


미국 방산 업체 관련 사진. [헤럴드DB]


미국 내 다른 방산 전시회 상황도 비슷하다. 헤럴드경제가 올해 미국서 열리는 5개 종합 방산 전시회들의 참여국을 확인한 결과 미국육군협회(AUSA) 연례 전시회와 SAS를 제외한 해병대 군사박람회(Modern Day Marine),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LANPAC), 공군 및 우주군 협회(Air&Space Forces Association)에 참여하는 국내 업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USA 전시회의 경우 올해는 한화와 풍산 등 일부 업체가 참여하는데, 이들은 미 현지 법인을 갖고 있어 그나마 국내와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AUSA 전시회도 참여시 미국육군협회 회원 뿐 아니라 별도 멤버십에도 의무 가입해야 한다.

日, 10년 전 美와 방산 FTA 맺고 진출


현재 미국 방산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는 나라는 호주,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소속 국가다. 이외에 미국과 국방상호조달협정(RDP)을 맺은 일본도 참여 중이다. 일본은 방산 FTA(자유무역협정)으로 불리는 RDP를 지난 2016년 미국과 체결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를 맺지 못하고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지 전시에 힘들게 입성해봤자 국내 방산 제품과 기술에 대한 국가 간 협력 관계가 없으면 수출도 어렵다”며 “한미 방산협력 지렛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명렬 고려대 K-방산연구센터장은 “현재 한국의 방산 기술력이 MASGA(마스가) 등을 통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고, 기술협력·공동개발 등 상호 윈윈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는 현 상황을 RDP 체결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