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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3000은 달성 가능성을 따질 사안이 아니다. 왜 지금 반드시 필요하냐의 문제다. 지난해 7월, 벤처기업협회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스닥 3000’ 아젠다를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코스닥 3000’은 단순한 지수 목표가 아니라, 벤처·중소기업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성장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경로를 복원하자는 구조적 제안이었다. 최근 코스닥 지수 1000 돌파 논의와 코스피 5000 담론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코스닥 3000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한국 자본시장은 미국 나스닥과 비교할 때 상장 이후 기업가치의 상승 여력, 즉 업사이드 포텐셜이 현저히 낮다. 동일한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라도 국내에서는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에 머무는 반면, 미국 시장에서는 미래 성장성과 확장성을 반영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격차는 기업의 전략적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가 이른바 ‘플립(flip)’ 현상이다. 국내에서 성장한 유망 벤처들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고,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투자 유치와 상장을 추진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법인 구조 변경이나 제도 활용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개발 거점, 핵심 인재, 지식재산권, 그리고 기업 성장의 과실이 단계적으로 미국 생태계로 이전되는 구조적 이동이다. 코스닥이 매력적인 성장 시장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흐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상시적인 경로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한국 벤처생태계가 미국 자본시장에 종속되는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초기 창업과 기술 개발만 이뤄지고, 기업 가치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성장 단계와 회수 단계는 해외 시장에 의존하게 된다면, 자본시장 역시 독립적인 혁신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코스닥 3,000 논의는 바로 이 구조적 종속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코스닥은 본래 혁신기업과 성장기업을 위한 시장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그동안 단기 실적과 수급 중심의 평가 관행 속에서 성장 스토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의 문제다. 코스닥이 성장 자본시장으로 작동하지 못하면,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코스닥을 단기 실적 중심 시장에서 성장 자본시장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기술력과 미래 사업 확장성을 중심으로 한 상장 및 유지 체계를 정교화하고, 성장 단계 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둘째, 연기금과 장기 기관자금이 코스닥에 안정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투자 규제와 운용 기준을 점검해야 한다. 셋째, 상장 이후 기업의 공시 책임과 지배구조 개선을 강화해 시장 신뢰를 높여야 한다.
코스닥 3000은 시장에 맡겨둘 목표가 아니다. 이는 국내 유망 벤처의 해외 유출을 막고, 한국 자본시장이 혁신의 과실을 스스로 축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코스닥 3000은 숫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벤처생태계의 자립성과 자본시장 주권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최영근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